추억은 향기로 피어오른다
잊고 있었다.
한창 디퓨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무렵, 나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디퓨져 하나를 구매했다.
그때가 한창 무더운 8월초쯤이어서 시원한 '모히또'향을 주문했다. 방문을 열 때마다 은은히 퍼지는 향기를 맡으며 옷을 갈아입고, 다이어리를 쓰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디퓨져 유리병의 액체가 반쯤 없어졌을 때, 내 후각도 향기에 적응이 되었는지 반응이 없었고 내가 디퓨져를 샀었나 싶을 정도로 난 무관심해졌다.
그러다 3일 전, 8월에 머물러있던 달력을 11월로 넘기면서 바로 옆 텅텅 비어있는 디퓨져 유리병을 발견했다. 잔향도 남아있지 않은 병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러워져, 버리려고 빼놓았던 나의 오래된 향수를 옮겨 부었다.
방 문을 열 때마다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그 향에서 문득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한창 이 향수에 빠져 가방에 넣어다니며 3~4시간마다 뿌려댔더랬다. 이 향을 머금고 사람을 만나고 바다에 놀러가고 커피를 마셨으며 또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
방 문을 열 때마다 그 때의 그 사람 냄새와 바다냄새, 커피냄새 그리고 그 길의 풀냄새가 났다.
꽤 오래 전 일인데도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마음의 여유를 스스로 닫아버리고 사는 요즘,
그렇게 나에게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었으며, 콤콤한 담배냄새와 매연냄새 대신
시원한 저녁바다와 싱그러운 풀길을 걸으며 미소를 지었던 날이 있었다. 그런 추억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난 꽤나 지극히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