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행고래 Mar 18. 2016

그때의 향기

추억은 향기로 피어오른다

잊고 있었다.


한창 디퓨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무렵, 나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디퓨져 하나를 구매했다.

그때가 한창 무더운 8월초쯤이어서 시원한 '모히또'향을 주문했다. 방문을 열 때마다 은은히 퍼지는 향기를 맡으며 옷을 갈아입고, 다이어리를 쓰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디퓨져 유리병의 액체가 반쯤 없어졌을 때, 내 후각도 향기에 적응이 되었는지 반응이 없었고 내가 디퓨져를 샀었나 싶을 정도로 난 무관심해졌다.



그러다 3일 전, 8월에 머물러있던 달력을 11월로 넘기면서 바로 옆 텅텅 비어있는 디퓨져 유리병을 발견했다. 잔향도 남아있지 않은 병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러워져, 버리려고 빼놓았던 나의 오래된 향수를 옮겨 부었다.



 방 문을 열 때마다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그 향에서 문득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한창 이 향수에 빠져 가방에 넣어다니며 3~4시간마다 뿌려댔더랬다. 이 향을 머금고 사람을 만나고 바다에 놀러가고 커피를 마셨으며 또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


 방 문을 열 때마다 그 때의 그 사람 냄새와 바다냄새, 커피냄새 그리고 그 길의 풀냄새가 났다.

꽤 오래 전 일인데도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마음의 여유를 스스로 닫아버리고 사는 요즘,

그렇게 나에게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었으며, 콤콤한 담배냄새와 매연냄새 대신

시원한 저녁바다와 싱그러운 풀길을 걸으며 미소를 지었던 날이 있었다. 그런 추억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난 꽤나 지극히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