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잘 지나가고 있구나.
숨통이 막혀 버릴듯한 지독한 더위에
몸도 마음도 턱, 턱, 막혀버린다.
여름이 그리웠던
지난 겨울을 까맣게 잊은 채, 나는
뜨겁게 내리꽂는 태양에
눈쌀을 찌푸리며 약속 장소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음식점의 에어컨 밑에서,
난 그 동안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름 견딜 수 있는 회사 일도,
친구 앞에선 가장 힘든 일이 되고,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날들도
그리운 추억이 되어
우리의 이야기 중심에 서있다.
한바탕 웃고 나니
한바탕 떠들고 나니
이 무더운 여름도 꽤나 살만해진다.
특별할 것 같았던 계절들이
딱히 특별한 것도 없이 지나갔듯이,
이렇게,
우리의 여름은 또 여름대로
무난히 지나가고 있다.
나름 잘 견디며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