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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행고래 Jun 09. 2016

세상의 모든 사랑은,

불어오는 바람결에 내 사랑의 안부를 전한다.


나는 활짝 핀 벚꽃처럼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그러나 져버린 벚꽃처럼 아쉬웠던 봄의 기억들을

마음 깊은 곳에 구겨넣었다.


주위 지인들의 결혼소식들,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소식들을 들으며 우리모두의 봄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떠나가고 있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권태로운 무렵이었다.



좋아보여


 오랜만에 이군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 공부와 여자친구에 빠져있는 공시생이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할 그가 나에게 연애상담을 해온 건 막 겨울이 끝나가는 때였던 것 같다. 내가 누군가의 연애에 조언을 해줄만큼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그가 몇번이나 전화를 한 것을 보면 그는 공부만큼이나 소중하고 중요한 무언가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는 결국, 짧지 않는 기간동안 많은 감정들을 겪으며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있었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다른 커플들처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할 수 없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것 이외에는 다른커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다.




마냥 좋지만은 않아


 "그런데, 마냥 좋지만은 않아."


 밥 먹는 내내 웃음을 짓고 있던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 나는 꽤나 솔직한 그의 발언에 그의 여자친구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먹고 있었다.


 "누나도 알다시피 우린 공시생이잖아, 솔직히 주위에 사람들 시선 그런것도 있고, 만약에 둘 중에 하나는 붙고 하나는 떨어져 버리면 그것도 고민이지..물론 나중의 이야기겠지만 한번씩 생각하고 있어."


 마냥 좋지만은 않은 사랑이라..


 난 지금껏 공시생이었던 적이 한 순간도 없어 그들의 심정을 백프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좋지만은 않은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또 어떤 감정인지도 알 것 같았다.


나 자신만 생각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

현재만 생각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

그리고 모든 것을 쉽게 생각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일 것이다.




 모든 사랑은 다양하다.

세상의 모든이들의 생김새도, 언어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듯이 사랑의 형태도 다양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사랑도 사랑이고 슬픈 사랑도 사랑이며 마냥 좋지만은 않은 사랑도 사랑이다.


 난 그녀를 보며 웃고있는 이군을 보며 어떠한 조언도 할 수가 없었다.


공부에 집중하라는 조언?

연애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조언?


그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 사랑을 얻기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가슴졸였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감정들과 싸웠을까. 그런 날들을 떠올린다면, 그냥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그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일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골목 곳곳에 만개했던 벚꽃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모두 사라졌지만 살랑한 봄바람은 여전히 내 옷깃을 감싸고 있었다.


 난 불어오는 바람결에 나와 당신의 안부를 전했다.

꽤나 무거웠던 나의 감정들도 가벼운 바람이 되어 멀리멀리 불어나갔다. 이 또한 사랑이겠지.




 세상의 모든 사랑이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모습은 아닐 겁니다. 사랑에는 행복도 웃음도 존재하며 슬픔과 눈물, 때론 권태와 집착의 모습으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사랑이 어떠한 짧은 문장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감정이었다면 우린 이렇게 웃고 울고 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두의 아름답고 찬란하며, 슬프고 마냥 좋지만은 않은 사랑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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