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캄파니아주 살레르노현 아말피
아슬아슬한 절벽 위 드라이빙
아말피행 버스가 출발한 오후 2시부터는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탄 SITA버스는 소렌토에서 시작해 포지타노를 거쳐 종착점인 아말피 마을까지 간다. 나는 아말피마을을 먼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지타노에 들를 요량으로 SITA버스 24시간 티켓을 끊었다.
아말피해안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낙원 부문에서 1위로 꼽혔다는 것은 사실 가이드북에서 처음 알게 됐다.
50km에 이르는 아말피해안 도로는 절벽 위로 굽이굽이 나 있었다. 아슬아슬한 해안 절벽 드라이빙을 하려면 버스 운전기사의 실력이 매우 중요해 보였다.
SITA버스를 탄다면 오른쪽 앞 좌석으로
해안에는 작은 마을들이 형성돼 있었는데, 초미니 계단식 밭들도 볼 수 있었다. 문득 옛날 사람들이 굳이 이렇게 척박한 곳에까지 마을을 만든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다.
아말피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소렌토를 출발한 지 1시간 20분 만에 포시타노 마을에 닿았다. 승객 절반 정도가 내리고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이제 곧 아말피 마을에 도착하겠구나 싶었지만, 실제로 아말피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40분을 더 간 후였다. 총 2시간, 서울에서 KTX를 타면 동대구까지 갈 시간이 걸렸다. 버스에 타는 시간이 길었지만, 버스에서 아말피 해안 풍경을 계속 감상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여기서 한가지 팁이라면 소렌토에서 버스를 타고 포지타노나 아말피로 버스를 타고 갈 때는 오른쪽 앞쪽 창가에 앉아야 해안가 경치를 구경하기 좋다. 실은 이 내용도 가이드북을 통해 안 것이지만, 매우 유용한 정보였다.
마리나 아치 너머 마을
해안가 종착점에서 버스에서 내리니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 강릉의 장소와 비슷했다. 해안가에서 아치 모양의 마리나 문을 지나면 본격적인 아말피 마을이 나타난다. 해안가를 등지고 분수가 있는 두오모 광장에 서니 오른쪽으로 두오모 성당이 보였다. 9세기 지어져 로마네스크, 비잔틴, 아랍-노르만, 고딕 등 여러 양식이 섞여있다고 하는데, 내겐 그저 높다란 계단이 인상적이었다.
아말피는 아말피 해안의 중심마을이라고 한다. 실제로 2시간동안 버스에서 봐온 다른 해안 마을들은 절벽 위에 ‘붙어 있는’ 정도라면, 아말피는 비교적 폭이 넓은 계곡 사이 평지에 큰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다만 평지라고 해도 아무래도 산간 지역이다보니 언덕 위에 계단으로 골목길들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었다.
계곡 마을도 해안쪽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위주라면, 내륙쪽으로 갈수록 전자제품 등 주민들을 위한 상점들이 많아졌다.
여행이라면 역시 기념품
앞서 소렌토에서 기념품을 사지 못한터라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기로 했다. 목표는 ‘은근한 눈매를 가진 태양 타일’. 그런데 기념품 가게 4곳을 뒤졌지만 머릿속의 전형적인 은근한 태양은 찾지 못했다.
목표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뜻밖에 괜찮은 기념품 가게를 발견했다. 아말피 해안 마을 풍경을 그린 타일을 파는 곳이었는데, 다른 가게의 전형적인 양식이 아닌 디자인이 단순화돼고 색감도 뚜렷했다. 3평 남짓한 가게에 들어가니 공방 아주머니가 직접 타일을 그리고 계셨다. 이 아주머니는 친절한 상점 주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민한 예술가 타입에 가까웠다. 하지만 작품이 워낙 마음에 들어 흥정으로 작은 타일, 중간 타일 두 개를 샀다.
저녁 7시 경 버스를 탔다. 애초엔 돌아가는 길에 포시타노를 들르려고 했지만, 이번엔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피곤한데다 해안마을의 밤은 무척 어두웠다.
보통 아말피라고 소개되는 절경 사진이 포시타노일 정도로 예쁜 마을이라고 한다. 나중에 로마에서 만난 동행에게서 포시타노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포시타노 해안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쉬운 것을 남겨 두는 것도 여행이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저녁 8시 소렌토행 SITA버스는 포시타노 마을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