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전역지원서를 냈습니다.
'어려운 결정했다', '잘 했다'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 좋은 걸 왜 그만두려고...'라고 말하며 걱정해 주시는 분도 계세요.
저도 많이 고민했어요. 진급 이후 봉급도 오르고, 하는 일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종종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오랫동안 군생활을 하다 보니 전역이 낯설고, 기분이 묘합니다. 삶의 관성을 거스르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전역지원서를 제출하고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입니다.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해 주던 명함이 사라지자 껍데기 속에 숨어있던 본질이 보입니다.
어떤 직장에 속한 직책으로 불리던 것이 지금까지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직업이라는 껍데기를 벗기자 본질이 보이고, 이제는 그 변치 않는 본질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채봉 작가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에는 다음과 같은 우화가 나옵니다.
헌 옷걸이가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마라."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십니까?"
신참이 묻자 고참 옷걸이가 대답합니다.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 신분인 것처럼 교만해지는 옷걸이를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야 합니다.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라고 착각해서는 안 돼요.
누군가의 자녀, 배우자, 부모가 아닌 나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기나긴 인류문명사에서 유일무이한 나의 존재 가치를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Only One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