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여름휴가가 다가온다. 늘 그렇듯 올해는 무얼할까, 어디를 갈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사람들이 모이면 누가누가 더 멋지고 근사한 계획이 있는지 경쟁하듯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가끔은 그저 멍하니 아무 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은데, 은연 중에는 휴가를 더 알차게 보내야한다는 압박 때문에 굳이 원치 않는 계획을 세우게 되기도 한다.
이맘때쯤이면 의례히 행하던 일들인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여가조차도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어떻게 하면 더 잘 놀고 쉴 수 있을지, 생산성과 효율성의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노는 것 조차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하고, 사회적으로 얼마나 바람직한 쉼인지, 얼마나 "잘" 놀았는지 평가받는 세상이라니..
여가를 규정하는 사회적인 잣대와 통제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사고 속에 녹아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노동에 있어 주체성을 가지기 어려운 것 못지 않게, 여가에서도 주체성을 갖기란 참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되어 신선하기도 했다. 나는 잘 놀고 있는걸까?
그리고 여가의 목적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대체로 여가의 목적이 더 양질의 노동력을 위해란 말에 동의한다. 회사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않나. "잘 쉬고 와서 더 열심히 일해". 라고. 쉼은 쉼 자체로 가치있다고 여기기 보다는, 쉼 이후의 생산성을 통해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다.
세상이 개인을 다루는 방식이 얼마나 도구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어 한편 무기력해지고, 한편 더이상 이용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되기도 한다. 칸트가 말하는 '목적없는 목적성' 이 가능한 세상이 올까. 쉼과 일이 동등하게 여겨지고, 나는 더 떳떳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될까.
하지만 이렇게 당연했던 것들을 삐뚤게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만큼, 느리지만 꾸준히 노동현장도 변해나가리라 믿는다. 이 책에 명시되어 있는, 산업화가 막 시작한 이후의 노동자의 삶을 보니 참담했었는데, 우습지만 먼 훗날의 우리 후손들이 지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싶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 근무가 당연했었고, 52시간 근무제를 법으로 정할만큼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재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살았나, 비인간적이라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니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더 잘 놀기 위해 계속 투쟁해나가야한다. 우리의 쉼을 더 큰 세력과 세상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 노는 인간으로 더 존중받고 살기 위해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