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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잇나잇 May 05. 2020

앗, 네가 그 '노르웨이 숲' 고양이?!

노르웨이의 집고양이들

 한국의 우리 집에는 사람이 2명, 고양이가 3마리 같이 살고 있다. 주인님이 3마리이고 집사가 2명인 셈. 본가를 왔다 갔다 하며 각각 몇 개월 씩이라도 같이 살아본 경험이 있어 한국에서 떠나올 때 제일 눈에 밟혔던 것이 고양이 주인님들이었다.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내가 요구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사랑이는 뭐 하고 있어?"이다. 내 새끼를 두고 온 것처럼 그렇게 그립다. 


 노르웨이에 와서는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는 남편 덕에 동물을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 고양이 없으면 남 고양이라도 귀여워하자 싶어 동네 산책을 할 때면 눈이 빠져라 길고양이들을 찾았다. 그런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것인가. 어느 날은 거실 창을 통해 우리 집 앞으로 고양이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앗, 뭐야!"하고 버선발로 쫓아 나가서 보니 까만 옷에 하얀 양말을 신은 꼬마 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을 지나고 있었다. 말이 통하길 바라진 않았으나 한국말로 "이리 와." 했더니 진짜로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헉! 

그때 내 눈에선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하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몸은 맥반석 오징어 마냥 베베 꼬이고 있었겠지. 고양이는 잠시 왔다가 갔지만 아직 행복에 젖은 나는 "와!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기는 하네!" 하고 놀랬다.   남편은 <노르웨이에는 길고양이가 없다>면서 걔는 집고양이 일거라고 했다. 그래. 길고양이가 부른다고 잘 오진 않지 싶었는데 길고양이나 개가 없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아서 남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웃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고 그 집의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집의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노르웨이에는 길고양이가 없다>라는 것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말하면 안 믿고 처음 본 타인이 말하면 믿음.) 노르웨이에서는 고양이나 개는 무조건 몸에 전자칩을 삽입하게 되어있고 동물을 판매하는 가게가 전혀 없다고 했다. 전 글[샤넬이 없는 나라]에서 말했던 그 finn.no에서 가정 분양만이 이루어진다고. 30 평생을 길고양이들이 있는 세상에서 살다 온 나는 그게 사실임을 알고 있음에도 쉬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본 그 고양이는 뭐야?


 길의 그 고양이는 진짜 집 고양이가 맞다. 우리 앞 옆집 할머니네 고양이였다. 그 뒤 여러 번 보이길래 어딜 가나 보니 우리 앞 옆집으로 가더라.  

노르웨이의 집 고양이들은 개들처럼 산책을 나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집사는 데리고 가지 않는다. (고양이 출입 구멍이 있는 집들이 있다.) 시내 한복판 차가 많이 다니고 완전한 번화가는 다를 수도 있지만 주택가의 동네에서는 고양이들이 맘대로 밖에 나가서 놀다가 집을 찾아서 돌아온다. (이게 가능해? 어떻게 자기 집을 찾아 오지?) 들을 때마다 너무나 신기한데 우리 집 근처에서만 그동안 다른 고양이들을 네다섯 마리는 보았다. 러시안 블루 냥이, 치즈 냥이, 까만 옷 흰 양말 냥이, 고등어 냥이, 노르웨이 숲 냥이. 


그중 노르웨이 숲 고양이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너무 신기했다. 한국에서 이름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고, 인터넷 상에서 '노르웨이 숲에서 만난 고양이' 하는 짤로 본 적이 있었다. 뭔가 숲 한가운데 잘린 나무 밑동에 천사처럼 앉아있던 그 주황색 고양이. 장을 보러 가다 처음 노르웨이 숲 냥이를 봤을 때는 "우와 너 너무 예쁘게 생겼다"였다. 나중에 가족들한테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다가 "오 쟤 노르웨이 숲 고양이네!"라는 동생 얘기를 듣고 "엇, 진짜! 쟤 찐! 노르웨이 숲 고양이야! 노르웨이에서 만난 노르웨이 숲 고양이!" 하면서 엄청 신기해했더랬다. 코리안 숏콧을 한국에서 만났을 땐 이렇게 신기해하지 않았으면서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 숲 고양이를 만난 건 어찌 이리 신기한지. 그러고 보니 그 치즈 냥이를 만났던걸 더 신기해해야 하는 거 아닐까. 걔 코리안 쇼콧같이 생겼던데. 너 왜 여기에 있어. 하고 말을 좀 걸어볼 걸 그랬다. 


그때 만난 그 노르웨이 숲 고양이


내게 엉덩이를 보여주는 건 집사로 인정한다는 건가.. 
저 위의 저 녀석이 오늘은 자기 집 뒷문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다. 




 나는 그 귀여운 고양이들을 더 자주 보기 위해서 미끼를 놓았다. 마트에서 사 온 고양이 밥으로 우리 집 창문을 통해 바로 보일 수 있는 곳에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꾸준히 주진 않았지만 준 날 밤이면 밥이 다 없어져 있곤 했다. "짜식들이 예의가 없냐. 밥을 먹으러 왔으면 잘 먹고 갑니다 인사하면서 얼굴은 한번 비추고 가야지. 꼭 한 밤 중에 와서는 밥만 먹고 가버리네. 노르웨이 애들이라 그런가. 한국 예의를 모르네." 나의 미끼가 무용지물인 셈이었다. 미끼를 놓은 줄 알았는데 조공을 바치고 있었구나. 아, 내가 걔들의 미끼를 물어버렸구나.


밥 먹으러 왔다 집사야. 한국의 우리 집 냥 1도 러시안 블루인데 조금 덩치가 있으시다. 남편이 얘를 보고서는 '어? 날씬한 덕이네?'라고 해서 덕님 의문의 1패.





 그래도 가끔은 이 녀석들이 낮에도 얼굴을 비춰준다. 우리 옆 옆집 할머니 댁에 사는 그 까만옷 흰 양말 냥이는 어떤 날엔 우리 집 앞을 지나가고 있고, 어떤 날엔 우리 앞집 정원에 앉아서 멍을 때리고, 어떤 날엔 우리 앞 옆집 정원에 가서 해를 쬐고 있다. 지난번에는 저 건너편 집 정원에서 한가로이 거닐고 있길래 "너 대체 어디까지 돌아다니는 거냐. 너 집이 몇 개야? 집사는 몇 명이고?" 하며 말을 건넸지만 귀를 쫑긋하곤 무시하고 잘 가더라. 귀여운 녀석.

 나만의 주인님은 없지만 나는 이 동네 주인님들의 집사 역을 맡아하고 있다. 오늘은 비 온 뒤 날이 맑길래 정원에 나가서 글을 써야지 하고 나와서 글을 쓰고 있는데 '까만 옷 흰 양말 냥'이가 앞집에 나타난 걸 발견했다! 아, 저번에도 우리 앞집 화단에 가더니, 저기가 저 녀석 화장실인가 보다. 똥 싸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가네. 저 녀석은 정말 귀엽다니까. 근데 너 밤새 집에 들어가기는 한 거니. 

또 고양이에 빠져있는 아내를 바라본 남편의 시선. 내 눈엔 똥 싸고 집으로 튀는 너만 보인다. 






P.S)

노르웨이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식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한국과는 문화가 많이 다르니 한국에서는 집 밖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것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종종 고양이가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지 않아서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저 다른 하나의 문화를 보여드리고 싶었을 뿐이니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다만, 펫 샵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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