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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홍 May 27. 2024

다크 투어리즘이 필요한 이유 <목화솜 피는 날>


<목화솜 피는 날>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 최초로 세월호 선체의 내부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진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촬영됐듯, <목화솜 피는 날>도 진짜 세월호 내부에서 촬영됐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비롯한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를 볼 때 한국 관객인 우리는 영화 속 장소가 실제 그곳인지 아닌지 분간하는 게 어려운 편이지만, <목화솜 피는 날>을 볼 때만큼은 1초 만에 알아차리게 된다. 지금 이건 진짜라는 것을. 내가 보고 있는 바로 이 장소에서 수많은 생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영화는 정말 보고 있기가 힘든 영화이다.


감독은 왜 이렇게 보고 있기 힘든 영화를 만든 것일까, 원망하고 싶을 수도 있다.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해서 반복하자면 - 왜 아직도 세월호냐고, 원망하고 싶을 수도 있다.

<목화솜 피는 날>이 세월호 선체로 들어가는 것은 여기서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안타까운 참상이 벌어진 장소를 돌아보고 기억하려는 일명 ‘다크 투어리즘’을 한 남자 가이드가 진행하고 있고, 이를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따르고 있다. 이 장면은 희생자의 아빠인 주인공이 아픔을 딛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의 결말로 느껴지는 장면인데,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관광객들이 전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보는 것도 힘든데

그 안에 있던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나 그곳에서 그들은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이 일이 정말로 다른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이 배에 탄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다는 것.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일 수도 있었다는 것.

이것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내 삶일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런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피어날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잊고 사는 단계. 그럼으로써 잊지 않는 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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