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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Jun 26. 2022

대책 없는 임신 결심

내 아이를 낳아도~

결혼이 의무가 아니듯, 출산은 더더욱 의무가 아니다.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삶보다는 본인과 부부관계 그 자체에 더 큰 만족을 느끼고자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중심에는 경제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약 3억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현재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육아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으면서 키웠어"라는 부모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듯하다. 경제적 비용 측면뿐만 아니라 일이나 여가활동 등 온전히 나에게 쏟던 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이고, 나만 바라보는 '내 새끼'에게 온 신경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도 배가 된다. 에너지가 넘치는 20대에 육아를 하면 더 수월할 것을... 30대 중반을 넘어, 40대에 처음 육아를 시작한 부부는 더욱더 에너지 고갈을 쉽게 느낀다. 출산 후 발생할 리스크들이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에 주변 결혼한 지 3~4년이 지나도 임신을 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 특히 커리어에 욕심이 많은 친구들은 출산 후 경력단절이 두려워 어느 정도 경력도 쌓이고 한창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열일할 시기에 임신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출산 후 아이를 같이 케어해 줄 친정/시부모님이 없거나, 출산 휴가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부부의 소득이 현저히 적은 경우에는 임신에 대해서 한 번 더 숙고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딱히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남자 친구에게 느닷없이 "나 임신하고 싶어"라고 고백했을 때 그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직 결혼도 전인데 임신하겠다고 선언하다니. 사실 결혼 전에 자녀 계획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 친구의 자녀관은 출산하는 것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가 자녀를 갖고 싶다면 가져도 좋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낳을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내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으니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낳는 방향으로 미래 계획을 가져가는 것으로 협의를 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에게 "난 결혼하면 바로 임신하려고" 이렇게 말을 하면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너처럼 자기 계발 좋아하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애가... 또는 네가 누구에게 희생한 걸 본 적이 없는데... 너 같은 이기적인 애가 아이를 갖겠다고? 어떻게 키울지는 생각해봤어? 라며 꽤나 현실적인 질문을 보내온다. 뭔가 다그치는 듯한 질문들에 불편한 기색을 느낀 나는 항상 적당한 선에서 대답을 얼버무리며 이 주제로는 대화가 종료된다. 그동안 마주해온 여러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들, 내가 상상하는 미래 가정의 모습 등을 고려해봤을 때 매우 자연스럽게 '출산'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는데 내가 왜 '그것'을 원하는지 그 자체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이 자리에서 "왜 그걸 원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자문자답을 해보고자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의 갖고 싶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함께 하는 가정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그곳에는 나와 남편을 닮은 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낳을 게 아니라면 결혼은 의미 없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아이 없는 결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그래도 내 가정의 모습에 아이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필수적이었다. 임신, 출산을 하고 우리의 사랑의 결실로서 빚은 내 새끼를 남편과 함께 키워나가면서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나 자신의 내적 성장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날,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남자 친구의 꼬마 때 사진을 봤는데 너무 귀여웠다. 현재 남자 친구의 미니미 모습... 쌍꺼풀 없는 눈, 동글동글 넓적한 코, 조그맣고 도톰한 야무진 입.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진이라서 핸드폰 사진첩에 즐겨찾기로 저장해놓고 가끔씩 열어보곤 한다.


남자 친구의 꼬마 모습도 이렇게 귀여운데, 우리의 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지 않을까?


귀여운 게 좋은 사람

어느  문득  스스로 '모성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아직 엄마가  것도 아닌데 무슨 모성애냐 하겠지만 모성애가 있음을 애착 인형을 바라보며 느꼈다 (다시 생각해보면 모성애가 있다기보다는 아기같은 귀여움에 환장한다! 정도로 말하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내게는  나이와 맞먹을 만큼  세월을 함께한 애착 인형이 있다. 사실 애착 인형은 존재는 양육자 (부모님) 독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인데 양육자 없이 스스로 안정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왔을  폭신하고 부드러운 것을 찾아 양육자의 애착을 대체한다. 부모님 말로는 내가 1 때부터 같이 지낸 아이(애착 인형)라고 하는데 이제는 없어서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애착 인형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잠재워주는 존재로  침대 베개맡에 두고 '나의 애기'라고 생각하면서 부비며 잠자리에 든다.  뜨면  아이가 있어서 곁에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만 해도 심신이 안정되고 맨날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물며 인형 애기도 이렇게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인데 내가 낳은 사람 애기는 어떨까 싶다.


남자 친구가 좋은 이유도 '귀여워서'다. 마치 내 애착 인형을 보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둘 다 내 자식 같다. 애착 인형을 빤히 바라볼 때가 있듯이 남자 친구의 얼굴과 모습들도 지긋이 바라볼 때가 있다. 내겐 너무 귀엽고 이쁜 그의 모습. 애착 인형에게 하는 것처럼 애칭도 자주 부르고 만지고 쓰다듬고 냄새도 맡는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보면 딱히 귀엽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애착 인형 멍멍이와 남자 친구를 바라볼 때만 이런 몽글몽글한 감정이 든다. 귀여운 사람과 귀여운 아이를 낳고 전쟁 같은 육아를 치르겠지... 이게 나의 미래 모습이다.


원하는데 갖지 못할 경우

아이를 원하는데 갖지 못하는 경우가 꽤 흔하기 때문에 괜스레 불안해질 때가 있다. 내가 굳이 검색을 해서 찾아보지 않아도 무심코 티비를 돌리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게 된다. 딩크족도 많다고 하는데, 아이를 원하는 부부 역시 많았다. 의학적 방법을 동원해도 실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여서 참 안타깝다. 이런 마음에서 비롯되어 남자 친구에게 임신하고 싶다고 닦달했던 적도 있다. 적은 나이가 아니니 임신 시기가 더 늦어질까 봐 결혼 시기를 앞당기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 친구 형의 결혼식이 먼저였기 때문에 내 순서는 그다음으로 미뤄졌다.  


원하는 것은 되도록 가져야 하는 성미이기 때문에 아이를 갖길 원하는 마음이 든 이상 갖지 못하게 될 경우 상당히 괴로울 것 같다. 물건이나 직업 같은 내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속성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임신의 어려움이 굉장히 복잡하고 슬프게 다가올 것이다. 입 밖으로 임신 의사를 표현하는 이유는 미약하나마 불안감을 잠재우고자 하는 나의 주문이 아닐까?




나이가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 무언가 호르몬의 변화가 느껴진다.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내 가정과 아이를 생각하게 되다니 말이다. 불과 1~2년 전만에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다. 뭔가 내 인생의 큰 축이 '나 자신'에서 '내가 꾸린 가정'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기분이다. 아직 꽤 긴 시간이 남긴 했지만 1년 뒤면 결혼식을 치룬다.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의 '자유 라이프'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타인과 부대끼고 불편을 감수하며 '함께 라이프'를 살아가야 한다. 어떤 삶이 내 눈앞에 펼쳐질지 두렵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때그때 느끼는 생생한 감정과 생각들을 더 자주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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