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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Mar 28. 2024

임신과 이직의 기로에서

사업가지망생의 일기 

나는 사업가준비생이다. 대학생 때 모 외국계 물류회사에서 청년직장체험이라는 걸 했는데 고작 체험에 불과한 활동을 하면서 나란 인간은 회사 다니긴 글렀네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1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할줄 알았으면 체험따위는 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회사생활이 잘 맞지 않는 방랑자는 회사를 참 많이도 옮겨다녔다. 다음 회사는 더 잘 맞겠지, 더 낫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가벼운 엉덩이로 둥실둥실 방랑했다. 다행히 업무와 사람에 대한 적응력은 대단히 빠른 편이라 어딜가도 금새 적응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견기업을 넘어 심지어는 해외 취업까지, 그리고 외국계 회사를 전전하다가 현재 회사까지 오게 됐다.


오늘 2개 회사의 면접이 있었다. 둘다 외국계 회사로 한 곳은 이전에 취업했던 곳 재취업 면접이었다. 최종 합불 여부를 떠나서 과연 나에게 이직이 의미가 있을까 곱씹어 본다.


요새 지인들이 회사 관련해서 많은 이슈를 겪고 있다. 어떤 친구는 기존에 다니던 회사가 구멍가게 같은 작은 회사에 인수되어서 그런 곳은 더이상 다닐 수 없다며 이직 또는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 혹은 아예 비지니스를 접는다고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도 있고, 회사랑 집이랑 가까워서 즐겁게 다녔는데 집에서 1시간 반거리로 회사가 이사가 버린 경우도 있다. 회사라는 곳은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데 너무 목메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추구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은 누가봐도 번듯한 회사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9살, 서른을 목전에 두고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어"라며 회사를 뛰쳐나온 적이 있다. 난생 처음 다음 이직할 곳을 구해놓지 않고 막무가내로 퇴사했던 터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약 7년 뒤인 현재 그때의 나에게 "으이구~ 어차피 다시 회사 돌아올 거 그때 뭐하러 퇴사했니?"라는 타박보다는 "떠났으면 뒤돌아보지 말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하고 싶은거 끝까지 해보지"라는 안타까움을 더 전하고 싶다. 그때 나만의 무언가에 몰입했더라면 미래는 달라져 있을테니 말이다.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직장인이라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30대에 저질러볼걸...'


죽음에 다다랐을 때 인간에게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아직은 너무나 젊고 건강한 몸이지만 죽기 일보직전이라고 가정했을 때 난 무얼 가장 후회할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1순위는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나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산 것'을 후회하게 될 것만 같다. 마음 속에 커다란 불덩이가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 그 정체를 확실히는 모르겠다. 진정으로 원하고,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깨닫게 된다면 그때는 확실한 방향성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사주를 봤는데 뿌리가 없다고 했다. 한 곳에 깊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생이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번 달에 처음으로 인공수정을 했고 결과를 내일모레 알게 되는데, 결과를 들으면 뭔가 마음의 결정이 설 것 같다. 임신을 원하는 상황에서 노산인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 한 번 옮기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무엇도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성의 늪. 사업하는 큰 사람이 되려면 이런 시련쯤은 무심하게 흘려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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