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쓸데없는 상상의 그릇됨
하루를 걸러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어떤 날은 인도 캠퍼스에서 누리게 될 시설들이 기대가 되다가도, 다른 날은 그곳에서 보내게 될 2주라는 시간이 길고 막막하게 느껴진다. 건강한 스케줄과 건강식 때문에 벌써부터 몸이 가볍다가도, 의구심 가득 찬 질문들이 떠오른다. 대체 나는 무엇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그곳에까지 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가기로 했는지..
무엇을 얻으려고 인도행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그 자체만으로, 지난 몇 달간 나를 옭아매고 있던 것들에서 해방되기로 결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결", "변화"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달라져야만 한다. 지금 이대로는 매일매일 나 스스로와의 관계 속에서부터 치여서 살 수가 없다. 나 자신과도 타협하지 못하는 인생에서 누구와 정을 쌓고 누구와 관계를 이어나가며 누구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변하고 싶다고 결정했다.
누구보다 자존감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자존심만 세고 자존감은 바닥인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사랑을 먼저 줌으로써 되돌려 받으려 애를 쓰고, 되돌려 받을 때까지 그 기대를 부여잡고 있다가 내동댕이 쳐졌다고 생각했다. 사랑받지 못한 적도, 버려진 적도 없는데도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전부 나의 쓸데없는 상상과 좋은 것을 줘도 받을 줄 모르는 나의 무식함 때문일까.
인도가 아닌 일상에서 스스로를 구석에 밀어 넣으면서 알아낸 진실은 여기까지이다. 이 정도면 훌륭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인도에 가서 누군가 내 안에 마지막 스위치만 딸깍하고 켜준다면 캄캄하던 정원에 온갖 등불과 크리스마스 라이트가 순차적으로 밝혀지듯.. 더 깊은 진실들과 마주할 수 있을까.
변화를 원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 테지만, 특정한 기대를 안고 떠나는 여행이 맞는 걸까 고민한다. 여느 마음 비워주는 프로그램에선 "빈 마음, 열린 마음, 뜨거운 마음"을 준비해오라고 당부했다. 그 어떤 기대도, 상상도, 편견도, 정보도 없는 채로 나의 시간과 몸과 마음을 다 내어 놓으라는 말이다.
인도에서도 글을 써야 하고 구직도 해야 하는데 태블릿을 가져갈지, 노트북을 가져갈지 벌써부터 고민인 나는 이미 틀린걸까.
"오랫동안 나는 고독했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내게 눈물이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고통은 나를 고립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상처들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축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공지영의 '괜찮다, 다 괜찮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