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5: 23-28]
23.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24.
너희 기업의 온 땅에서 그 토지 무르기를 허락할지니
25.
만일 네 형제가 가난하여 그의 기업 중에서 얼마를 팔았으면 그에게 가까운 기업 무를 자가 와서 그의 형제가 판 것을 무를 것이요
26.
만일 그것을 무를 사람이 없고 자기가 부유하게 되어 무를 힘이 있으면
27.
그 판 해를 계수하여 그 남은 값을 산 자에게 주고 자기의 소유지로 돌릴 것이니라
28.
그러나 자기가 무를 힘이 없으면 그 판 것이 희년에 이르기까지 산 자의 손에 있다가 희년에 이르러 돌아올지니 그것이 곧 그의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인간사회의 근본적인 두 가지 제도는 정치제도와 경제제도이다.
정치는 사회의 질서에 관련되고 경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관련된다.
성경은 물론 경제학 책은 아니다. 그래서 성경 안에서 소비와 생산의 법칙 같은 경제법칙을 발견할 수는 없다.
대신에 성경은 경제제도의 가장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원리의 문제를 제시한다.
이것은 첫째, 하나님의 주권이요 둘째, 노동의 신성함이요 셋째, 올바른 이윤추구의 원리다.
성경적인 경제행위의 제1원칙은 ‘하나님의 주권’이다.
경제행위란 “재화와 용역에 관한 인간의 계획적인 행위”, 다시 말해 어떤 생산물을 내오기 위한 인간의 의식적인 행위를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 살아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음식, 의복, 집 같은 여러 생산물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서 성경은 모든 것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하나님 주권사상을 선언한다.
땅 투기꾼이 들으면 아주 기분 나쁘겠지만 성경은 원리적으로 토지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이다. 하나님은 이렇게 선언하신다.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23).
전적으로 타당한 말씀이다. 그렇다고 성경이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제도 안에 살고 있다. 당연히 토지는 개인의 소유이고 합법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진다.
토지거래를 죄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스도인 역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합법적으로 토지를 사고 합법적으로 토지를 판다.
그렇다면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라”는 성경말씀은 대체 무엇일까?
성경은 ‘토지 공개념’을 애초부터 전제하고 있다. 인간이 땅을 얻는 것은 영구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에게 빌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돈 내 돈만 밝히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는 성경과 아무 상관이 없다.
땅은 그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 일부를 빌릴 뿐이다. 이러한 토지 공개념은 성경의 아주 중요한 경제원칙 가운데 하나이다.
‘고엘제도’는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주권사상에서 나온 고대 이스라엘의 제도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사정으로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면 그 사람의 친족 중 한사람이 다시 그 땅을 사는 제도가 고엘제도다(25절).
그래서 토지는 비록 제한된 범위 내에서 거래되지만 소유권은 원래 가문에 계속 귀속되게 된다.
성경의 이 고엘제도를 오늘날의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우리는 구약은 약속이고 율법이니, 지금의 우리가 지킬 필요가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레위기의 말씀은 본래적인 것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늘 상기하게 만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땅은 본래는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빌려 쓰고 있는 '청지기'다. 청지기는 소유자가 아니고 관리자일 뿐이다(눅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