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바쁨과 좋지 못한 바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빨리빨리, 영어로 하면 ASAP.
언제부턴가 이 말이 입에 붙어버렸습니다. 그 말을 습관처럼 왜 하는가를 생각해 봤더니, "우리는 늘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좋은, 나아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 내에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냥 바쁘게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바쁘다?'라는 말이 가지는 진짜 뜻은 무엇일까요? 언제 이 말을 가장 많이 할까요.
"바빠요, 바빠."
우리는 진심으로 바쁠 때는 바쁘다는 말을 할 틈조차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해야 할 일에 몰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나, 다음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르치면 안 되는 일이거나, 해당 업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야 하거나 하는 등의 여러 이유로 우리는 바쁨을 경험합니다.
일하는 (겉) 모습은 다소 바빠 보일 수 있습니다.
누가 옆에서 봤을 때는 바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럼 "많이 바빠?" 이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시간 내에 처리 또는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실제로 바쁘지만, 대체로 바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네 괜찮아요"라고 반응하고, 바쁘다고 묻는 상대방에게 어떤 용무가 있는지 물어볼 것입니다.
그가 그렇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1)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다는 예상과 자신감을 갖고 있고, 2) 정해놓은 계획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잠깐의 틈을 내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3)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고,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바쁠 때는 위와 같은 대응조차 쉽지 않습니다.
소위 '허둥지둥(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갈팡질팡하며 다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 상황과 비슷해 보이지만 왜 다른 반응을 보일까요? 왜냐하면, 자신이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쁘다고 느낄 때에는, (일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 대비 더 많은 업무를 해야 할 때입니다. 이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최대한 각각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단, 여기서 변수가 가중됩니다.
시간은 조건이고, 시간 내에 해야 하는 여러 업무 및 해당 업무 실행을 위한 절차와 과정은 계획된 변수입니다.
단, 이중에 "(1) 목표가 불명확, 부적합하거나, (2) 해당 업무 경험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예측 불가하다고 생각하거나, (3)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 계획이 틀어지거나, (4) 누군가 하기 싫은 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바쁨을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효율적 또는 생각적으로 일하는 것을 요구받지만, 생산성 및 효율은 '기록된 전례(Reference)'가 있을 경우에만 비교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식과 방법을 찾기 위한 명분이 된다는 업무상 기본 원리를 우리는 대부분 망각합니다. 그래서, 해야 할 동작을 더욱 '빠르게 놀리는 것'으로 더 큰 효율을 만들겠댜는 큰 의미 없는 노력을 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데 300타로 치는 것보다는 500타로 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제 생각을 글로 옮기기 때문에, 글 쓰는 중간중간에 생각을 해야 하고, 그때는 손이 쉬고 있습니다. 그럼, 그 중간의 비효율적 동작을 없애는 것이 글의 퀄리티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참고로 인간의 동작을 보다 효율적으로(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시간 내에 더 많은 동작을 할 수 있게 하는) 행하고자 하는 접근은 100년 전의 Taylor의 Motion Study에서나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에서 벗어나야죠.)
그래서, 바쁘지만, 바쁜 것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 되는 것을 더욱 강하게 의식해야 합니다.
바쁘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해당 업무 혹은 넓게는 내가 맡고 있는 일 전체에)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럼, 원래 잘 (처리 또는 해결)하던 일도 하기 싫어집니다. 또는 "시간 내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등의 강박에 휩싸입니다. 그럼, "업무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결과 만들기"라는 주목적에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함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해서, 되고자 하는 일을 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일을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럼, 잘 되고 있는지, 더욱 원하는 대로 잘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내가 이해하고 느끼는 대로 그때마다 수시로 계획한 바를 수정하며,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도록 애쓰는 것입니다.
이는 일을 하는 와중에는 효율보다는 효과(성과)를 의식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효율은 일을 모두 마찬 이후에 일을 진행한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개선 및 보완하면 좋을지를 가늠해 보고, 나중에 기회가 되었을 때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올바른 일의 경험이 쌓일 수 있습니다. 다짜고짜 시간에 맞추거나, 과도하게 시간을 의식하여 일하는 것은 일에 대한 성숙된 태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바쁨의 긍정적 면을 부각하면, 바쁨이 사라집니다
바쁨의 긍정적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단순히 최면 효과가 아닙니다. 또한, 작위적으로 자기 위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모 자영업자가 있습니다. 하루는 느닷없이 단체 주문도 들어오고, 밀려드는 손님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날은 준비한 재료를 모두 일찍 소진했기에 마감을 하고, 하루 매출을 보면 보람이 느껴집니다. 바쁜 하루를 보낸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함께 고생해 준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찾아 준 고객들에게는 감사함이 느껴집니다. 바빴지만, 보람된 하루였습니다. 원하는 성과와 성취가 있었고, 이를 씨앗으로 다음날 그다음 날도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또한, 모 시니어급 직장인이 있습니다. 일주일 중에 (특정 요일) 하루는 매우 바쁜 날입니다. 팀 주간 회의, 타 부서 협력 회의도 잡혀 있고, 외부에서 오는 손님에, 중간에 팀원과 함께 마무리 지어야 하는 보고서에, 다음 주에 있을 프로덕트 업그레이드 관련 최종 결정도 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오늘 마무리 짓기로 했던 업무 대부분은 이전에 거의 끝이 났고 최종 확인만을 남겨뒀습니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의견 첨부하여 신속히 의사결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되돌아보니 역시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주도하여 처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다음에 할 때는 무엇을 주의하면 될 지에 대해서도 감을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첫째, (남의 일이지만) '자신의 일처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업을 일구는 자영업자는 예외적입니다. 대부분 직장인은 남의 일을 합니다. 대신에 그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해야 한다는 암묵적 요구를 받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주인의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처럼 폭력적인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회사 주식 하나 갖지 않았는데, 어떻게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주인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요.
대신에, 주인의식보다는 '주체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맡고 있는 일의 영역이 있고, 그 영역 내에서 해야 하는 업무의 주도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목표 또는 결과에 대해서는 함께 일하는 상사 및 리더와 합의해야겠지만, 목표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혹은 목표 달성의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상 주도권은 스스로 쥐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럼, 적어도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내가 맡고 있는 영역을 (1) 나와 조직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상태, (2) 그 상태로 유지 및 다다르기까지의 올바른 과정 및 방법, (3) 이때 소요되어야 하는 인력 및 자원 투입에 대한 효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제안하고 실행하고자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태도를 바탕으로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이를 주변에 알려 자신이 업무를 하는데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권한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당장 그 권한을 갖기는 어렵지만, '선보고 후조치로부터 선조치 후보고'로 넘어갈 수 있도록 업무를 하여 차츰 상사가 가진 권한의 일부를 믿고 맡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의 일처럼 하기 위해 일을 직접 기획, 계획합니다
자신의 일처럼 하려면, 시킬 때까지, 시키는 대로, 승인하기 전까지는 행동하지 않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그전에 먼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어떤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기획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우선 (문서로, 활자로) 정리하여 공유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수시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리더와의 공감대를 가져가고, 이를 토대로 책임은 나누고, 권한은 이양받아 시도합니다.
- 기획을 통해서는 방향과 단계를 표현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표현하기보다는, 현재로부터 나아지거나 성장하기 위해, 해당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를 묘사합니다. 단, 피상적이기보다는 구체적으로, 현실을 가미하여 최대한 도달 가능한 상태로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한 번에 원하는 상태로 가기 어렵기 때문에, 몇 단계를 거쳐야 하며, 각 단계별로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 계획을 통해서는 단계별 구체적 과정과 절차상 실행의 디테일을 만들고 검증, 실천 반복합니다.
기획의 실천을 위해 (단계별)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참고로 계획은 기획의 방향을 담고 있으며,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적으로 담기보다는 마주한 현실과 발생 가능한 변수, 나타난 이슈에 실시간 대응하며 계속해서 수정합니다. 그렇게 실천 과정의 디테일을 기록 및 정리하여, 누군가 같거나 유사한 과정을 추후에 거쳐갈 때를 대비하여 높아진 효과 및 효율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꼼꼼히 관리하며,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최적의 과정을 그때마다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셋째, (업무상) 반복(Routine)의 즐거움을 찾고, 느껴보고,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찾습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해야 하는 업무 대부분은 루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법과 과정은 그대로지만, 내용이 수시로 바뀌거나, 반대로 내용은 그대로이고 방법과 과정이 수시로 옮겨갑니다. 이 모든 것은 전과 다른 목표 또는 같은 방향의 목표이지만 더 향상된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하는 일이 (현장의() 업무이기 때문에, 어떤 현장이든 루틴이 그 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럼, 해당 루틴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가(?)에 많은 부분이 달려있습니다.
코치가 생각하는 "루틴을 잘 처리하는 것"은 함께 일하는 이들과 약속한, 약속하지 않았더라도 전과 유사한 기간 내 성과 및 결과(Due-date, Quality)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루틴 업무는 이미 나를 포함한 해당 업무와 관련된 이들의 경험이 농축된 경험체입니다. 따라서, 해당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공감대(Consensus) 또는 기대는 갖고 있습니다. 그 공감대에서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해당 업무를 주도적으로 관리 및 해결해야 하는 입장은 결과는 보장되어 있으니,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동일한 과정에 동일한 결과로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변주 혹은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1) 동일한 과정이라고 해도 다시 한번 그 일의 목적과 목표, 명분 등에 대해 되새겨보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과거와 달라진 나의 생각과 태도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과거와 달리 내 생각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2) 때로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새롭게 과정을 만들어보며, 약속한 결과를 위한 새로운 경로 발굴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그럼, 예상치 못한 경로와 이슈를 맞이하고 대처하며 루틴 하게 하는 일이지만, 새로운 면도 확인하고, 그렇게 발견한 나 자신에 대해 성취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3) 내가 하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간소화된 인수인계 일수도 있고, 업무 설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설명을 통해 일에 적극 참여를 독려할 수도 있고, 시너지 발휘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과거와는 다른 일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예상치 못한 일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일을 하든지, 남의 일을 하든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자가 하는 일, 그 일을 해왔던 기본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들 덜 바쁘고 싶어 합니다. 진심으로 덜 바쁘기를 원한다면, 혹은 기왕 바빠야 한다면 바쁨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해 그 경험들을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자신의 업무를 재구성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주체의식을 갖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해야 할 루틴부터 기획과 계획을 실천하고, 이를 토대로 성과(효과)와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효율 추구를 시도해 본다면, 바쁨 보다는 보람과 성취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바쁨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바쁘지만, 그 사이사이에 즐거움과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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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7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