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도구를 도입하면 무작정 생산성이 좋아진다고들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산성을 무엇으로 체크할까요. 원칙적으로는 "시간 대비 모 결과물의 양과 질로, 혹은 생산물의 가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판독할만한 절대적 기준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회사마다 있는 몇몇의 일 잘하는 이들이 기준이 됩니다. 게다가 회사의 사업 내용과 성격, 상황 등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이며 수시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만 들어도 복잡한 생산성이란 말을 우리는 지독하게 좋아합니다. 우리만의 ROI를 따질 수 있는 특별한 방법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아니, 좋아할 뿐입니다.
(그런데, 누가요?!)
생산성
- 단위 노동을 들여 만들어 낸 생산물의 양.
- 토지, 자원, 노동력 따위 생산의 여러 요소들이 투입된 양과 그것으로써 이루어진 생산물 산출량의 비율.
생산성 정의는 '어떤 일을 통해 얻은 생산물의 양 또는 그에 비준한 가치나 비율 등'을 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위의 정의대로 생산성이란 말을 이해, 인식, 사용, 응용, 활용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생산성 평가 또는 판독을 위한 원리인 '비교'라는 잣대만으로 판정할 뿐입니다. 그로 인해 누가 더 잘했는가, 못했는가 혹은 어떤 이가 전보다 더 나아졌는가 아닌가 등을 파악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을 알려고 하거나, 아님 나 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생산성이 무엇이고, 이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전보다 나아지는 것만을 주문할 뿐입니다. 누가요? 회사가 나에게, 상사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나 자신에게 말입니다.
그래서, 생산성을 좋아만 한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동경입니다.
분명히 회사 내에서는 나와 비교되는, 나보다 일을 잘한다고 볼 수 있는 후배, 동료, 상사 등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 3자에 의해 계속해서 비교당하는 상황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혹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비교합니다. 차라리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 일지 모르는데, 그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일종의 '비교 우위'를 점하려고 합니다. 그걸로 조금은 내가 낫다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일종의 인정 욕구에 의해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회사가 만들어낸 허상에 가깝습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생산성이 무엇이고, 이를 판단할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오롯이 '열심히 하라'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만 활용될 뿐입니다. 그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우리는 열심히 하면서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산성을 좋아만 하지 마시고, 생산성을 정확하게 알려고 하시라고 조언합니다.
제대로 생산성을 확인하려면, 개인, 팀 또는 조직 단위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기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명확한 절차가 정비되어 있거나, 그럴 의도를 갖고 업무를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같은 시도를 여러 번 할 때 각 시도(Try)마다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생산성을 객관화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며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변화를 가져가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하고, 재차 실천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생산성을 다른 이들과 비교할 때는 그들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놓고 어떤 방식이 더 높은 생산성인지를 가려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산성 확인을 위해서는 '모두가 동의 가능한 객관화된 절차와 과정, 기준에 의한 비교'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일일이 생산성을 체크 및 관리하며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있을까요?
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개인, 팀, 조직 단위별로 현 사업에 적합한 생산성이 무엇인지 정의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함께 구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이를 그동안 꾸준히 데이터를 기록하며 현 조건상 우리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 한계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에 대해 철저히 분석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세밀한 성과(과정+결과) 관리가 오랜 세월(최소 5년 이상) 동안 조직 안에 쌓여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업상 큰 변화가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크게 변화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참고로 위의 조건에 모두 충족하는 사업, 조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면 생산성이라는 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최소한 아래의 조건에 충족되어야만, 생산성이라는 말을 조직 내에서 공식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표준화된 생산물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표준화된 생산물이 제품 또는 서비스이고, 별도의 구매자가 있어야 합니다.
구매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의 기본 스펙이 존재해야 합니다.
해당 스펙은 어떤 절차, 과정, 단계를 통해 생성 및 관리될 수 있는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에 참여하는 각 직무상 책임 및 역할과 그에 따른 업무가 짜임새 있게 정리정렬되어있어야 합니다.
해당 업무를 잘 다룰 수 있는 조직 내에서 검증받은 베테랑(SME -Subject Matter Expertise)이 있고, 이들의 노하우가 잘 축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조직 전체가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기까지의 과정과 결과 모두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의 업무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고 관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단, 개인의 생산성이 꼭 조직의 생산성과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의 생산성에 맞춘 개인의 생산성 추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조직의 생산성은 결국 목표 대비 과정이며, 기대한 Output(=목표) 대비 어느 정도의 성과물을 만들었는가를 두고 비교 평가하는 것이고, 이는 개인의 비교 평가라기보다는 조직의 성장 추세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굳이 위의 조건을 모두 갖추지 않더라도, 우리 혹은 나의 지향하는 생산성으로 만들어도 됩니다.
단, 가장 합리적 기준은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일명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고객'이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일은 고객을 위한 일이고, 직접 고객을 상대하든 하지 않든, 우리가 영향을 주려는 상대(고객)가 우리(회사)에게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그 양상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고, 거기에 우리가 잘 맞춰왔는지에 대해 알려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맞춰 미리 어떤 대비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직접 고객을 마주하는 직무는 그들의 입맛에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그러나, 고객과의 거리감이 다소 떨어진 백오피스 직무라고 한다면, 주로 내가 붙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고객이라고 보고, 그들의 만족을 이끌어내며 동시에 그 너머의 고객까지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안과 밖을 담당하는 이들끼리의 명확한 협력 구조가 갖추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 전제 조건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에 대한 회사의 확실한 정의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합리적 방법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말이 되게' 해야 합니다.
생산성이란 말의 뜻을 결과론적 해석으로 하기보다는
가능성이라는 말로 바꿔 현실적으로 다가오도록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나 또는 우리(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잘 안되던 것을 되게 하는 것,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봤던 것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업무를 합니다. 쉽게 말해 안 해본 일을 하거나, 안되던 것을 되게 만드는데 '생산성'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적합한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분적으로 높이는데 노력할 수는 있어도, 그로 인해 전체적인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루틴 하게 해야 하는 업무도 있지만, 그것들도 따지고 보면 어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이미 된 상태 유지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업무가 루틴(Routine)'이라고 봐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합리적 가능성을 위해 '목적과 목표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의미가 더 큽니다.
목적은 지향점(방향)이고, 목표는 목적에 부합한 현실적인 조정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현실에 맞춰 어디를, 무엇을 목적과 목표로 삼는가에 따라 나 또는 우리의 일이 되는 방향으로, 되도록, 되기 위한 방식과 방법에 맞춰 각자가 혹은 모두 함께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고민으로 새로운 시도가 만들어지거나,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도전해 보거나, 새로운 방안과 방법으로 고민하여 실행하는 것이 계속해서 어떤 가치로 해석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가 긍정적인 쪽으로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부분에 가장 유명한 사례가 스페이스 X를 포함하여 여러 우주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재사용 로켓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https://youtu.be/-xdAOgbp7og?si=jx1_vpZDMP_PstZ5
https://youtu.be/VBKbg5ZoeAU?si=AS9RxZMNJmvvRSdI
재사용 발사체를 실험하는 것 자체가 천문학적인 돈과 엄청난 시간이 드는 도전이고 모험입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한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연 여기에 우리가 생각한 전통적 생산성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과연 올바를까요? 그렇게 되면, 아마도 ROI를 따져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지금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목적과 목표를 세워, 거기에 맞춰 이를 지향 및 달성하는데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 성공이라는 산물을 얻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한 번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내기 위해 하는 것이 업무입니다.
그 업무들의 합으로 인해 전보다 나아지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기존 관념에 의한 생산성 논쟁보다는, 차라리 목표 달성 혹은 성장의 가능성을 높이는데 더 많은 논의가 있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욱 좋은 행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목적과 목표를 보다 현실적으로, 정교하게, 합리적으로, 시장 상황 및 우리 수준에 적합하도록 다듬으며 결과적으로 우상향 기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또는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로 어떤 시도를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다들 이런 반응이십니다.
"일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물론,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조직 내에서 큰 의미 없는 생산성 논쟁 혹은 그와 유사한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소모적인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우리가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다짜고짜 모 솔루션 도입이 생산성 증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생산성에 대한 가장 허무한 접근입니다. 참고로 모든 솔루션이 한 순간에 부분 혹은 전체를 바꾸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려서 적응해야 하고,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데까지는 그만큼의 전환 및 도입에 대한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그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위해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사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힘들다고 판단한다면, 타인의 시선을 빌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노력이라도 하지 않고서, 계속 생산성 타령만 하고 있다면, 회사가 점차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껏 많은 회사들이 쓸데없는 사내 경쟁을 부추겼다가 내부 분란만 나고, 기대한 효과는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교하는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회사일수록 오래가는 법이 없습니다. 잘못된 조직 문화가 자리 잡기 이전에 빠르게 방향과 방법의 대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Q. 우리 혹은 나는 내 업무상 생산성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그에 따른 합리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준비가 평소에 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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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7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