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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규 JELMANO Sep 28. 2018

반팔 와이셔츠, 입을 것인가 말 것인가? (2/2)

2018년 10월 옐마노 패션칼럼(22)

반팔 와이셔츠에 대한 글 이후 여기저기에서 나름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우리사회에서, 이 반팔 와이셔츠의 논란이 적어도 일상과 동떨어진 하이틴 패션잡지의 피상적인 이야깃거리는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정답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정답은 없다.’ 가 정답입니다. 


“패션에 정답은 없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서 계급이나 계층을 가르지 않게 된 보편적인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인식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패션의 미묘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미묘한 지점이란, 사회전반에 형성되고 있는 상징적이거나 은유적인 코드(code)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갑갑함이 되어 하나의 제약 또는 압박감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인지하지 못해 오히려 용감하고 편하게 행동하는 지점 정도가 될 것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미묘한 점 중 하나로 저에게 발각된 ‘반팔 와이셔츠’ 대해 오늘은 간략하게 말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 반팔 와이셔츠에 대한 저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팔 와이셔츠는 피하되, 
굳이 비슷한 것을 골라야 한다면 반팔 셔츠를 입는다.


우선 저는 왜 반팔 와이셔츠를 피하는 것 일까요?  제가 반팔 와이셔츠를 입지 않은 것은 서른살이 넘어서 ‘내가 입는 것에 대한 야릇한 자각’이 생긴 어느 날부터 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지니,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네요. 그 전에는 중고등학교 시절 하복으로 짧은 와이셔츠를 의무적으로 입었던 것과 같이 자유롭게 이것들을 입어 대곤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오히려 교복과 같은 유니폼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소매폭이 크고 소매의 기장는 애매한 길이가 되어서 어깨로부터 확장된 날개 같은 모습만 아니라면요. 바로 이런 모습의 반팔셔츠는 유니폼이라도 저로서는 입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때 느꼈던 반팔 와이셔츠에 대한 ‘야릇한 자각’이란 무엇이었을까요? 반추해보건대 위와 같은 날개모양의 실루엣도 소화하기에는 매우 벅찼지만, 그보다 더욱 참기 힘들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켓을 입었을 때 겉옷 소매 끝에 예리한 각도로 남겨져 있는 셔츠소매깃이, 이 눔의 짧은 와이셔츠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것은 작지만 핵심적인 매력포인트의 상실로 느껴져 깊은 공허감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나와 있지 않아 슬픈 이 순백의 소매 깃이, 짧은 팔 셔츠에서는 팔굼치 뒤쪽 육부능선을 넘은 저 만치로 뒤로, 말려 올라가 자켓의 소매 안에 매우 부자연스럽게 구져겨 있는 상태라는 것도 그때부터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패션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오면서, 복식사적인 맥락으로서 서구식 정복(正服)에서 inner wear 로서의 shirts 에 대한 인식들이 쌓여가면서 점점 더 안 입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왜 반팔 와이셔츠는 피하고, 반팔 셔츠는 되는가 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생각하는 반팔 셔츠는 다음과 같은 옷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시면 이해하시기에 보다 수월하실 듯 합니다. 




반팔 와이셔츠와 다른 점은 컬러와 프린트, 캐주얼한 디테일입니다. 한 마디로 좀 더 캐주얼 한 스타일의 앞트임 단소매 상의를 의도한 것이지요.    


그 이유는 와이셔츠 즉 드레스 셔츠란 것이, 서양의 포멀한 복식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한복을 입을 때, 서양식 중절모를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결국 저는 ‘하나의 복식을 안다는 것’ 또는 ‘옷을 잘 입는 것’’란, 일관성 있게 어울리는 방식을 알고, 그 바탕 위에 신선한 파격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하나의 언어를 아는 것만큼 긴 시간이 걸리거나, 그 언어를 몰라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상대방과 중요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장애가 될 만큼 중요한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은 드러내기 때문에 그 옷을 본 상대방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반응에서 저 멀리 떨어진 반응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핀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언제 반팔 와이셔츠를 피하면서, 긴팔 와이셔츠을 입고, 언제 반팔 셔츠를 입을까 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 



추천을 드리자면 위의 단순화된 남성복식 도식화에서 ‘스마트 캐주얼’을 경계부터 (아래쪽 모드) 긴팔 드레스 셔츠를 입으시고, 비즈니스 캐주얼부터 반팔 셔츠 (위쪽 모드)를 입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반팔 와이셔츠’ 는 어느새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의 이 제안에 동의하시지 못하고, 아래쪽 모드 중에서 적어도 ‘스마트 캐주얼’ 정도의 옷차림에서 ‘나는 반팔 와이셔츠를 입(어야 하)겠다!’ 라는 분도 당연히 계실 수 있기 때문에 그 경우라면 아래 그림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 그림도 하나 남겨둡니다


마지막으로 남성의 반팔 셔츠에 대해 뭇 여성들의 생각을 조사한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적절한 결과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주변 여성분들과 실험 하실 수 있는 실험용 사진을 남겨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질문은 “(물론 둘다 좋겠지만) 어느 쪽이 더 좋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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