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글쓰기 01

나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by 혜리영

나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생각이 나를 쫓아온다. 어느 것도 더 찾아오지 않는데, 나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은 악착같이 들러 붙는다. 떨쳐지지 않는 생각에 며칠 웅크린 몸을 펼 수 없었다. 아니, 웅크린 것은 몸이 아니라 내 생각이다. 저 놈! 나는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저 놈의 생각 때문에 생각은 웅크려지고 쪼그라들고 있다. 저 놈, 저 놈 때문에! 이 순간에도 내 곁에는 ‘나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는 생각 뿐이다. 떨쳐지지 않고 벗어날 수 없는 좌절감(나에게 이런 말은 가당치 않다!)에 다시 눈을 감는다. 세상의 절망이 다 나에게 온 것 같다.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쓰는 글은 왜 나를 조롱하는 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회는 나를 비웃는다. 내가 버린 사회가 나를 버렸다. 나는 버림 받았다.


집에 짐을 챙기러 갔던 날, 엄마는 밖으로 나갔다. 내 꼴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엄마는 늘 나에게 안정을 원했다. 형이 저러니, 너라도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내색 한 번 하지 못한 내 꿈이었다. 형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노량진으로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나는 글을 쓰고 있었을까? 형은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되겠다고 야심차게 노량진 고시원으로 갔다. 그리고 몇 년 후, 로스쿨 바람을 타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형은 아직도 준비중이다. 무엇이 되려는지 형 자신도 잊은 것 같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형이 준비하는 삶을 사는 사이,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형과 달리 필요한 자격증과 필요한 조건들을 잘 채워놓아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취업에 성공했다. 그래, 그건 성공이었다. 엄마는 그제야 안도를 했고, 형의 준비하는 시간과 자신의 노후를 나에게 기대하는 듯 했다. 나는 꼬박꼬박 엄마에게 생활비와 용돈을 드렸다. 형에게도 두어 달에 한 번씩 돈을 주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그 정도로 우리 세 가족은 만족했다. 넘침없이 필요한 만큼만 주어진 생활이었다. 그게 나에게 얹어진 멍에였다.


커피 한 잔 해야겠다. 조롱과 같은 생각은 나를 내내 비웃다가도, 커피 마시러 가는 시간 만큼은 꼼짝을 못했다. ‘그늘에서 부는 바람’ 글을 쓰기 위해 얻은 이 작은 원룸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번화가 외곽에 위치한 작은 카페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카페만큼이나 작은 여자애가 있다. 그 애는 나를 꼭 ‘작가님’이라 부른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생기다! 생기 넘치는 목소리와 웃음, 등진 창에서 비치는 햇살이 그 애를 더욱 눈부시게 한다. 나는 일부러 어깨를 웅크린 구부정한 자세로 그 애 앞에 선다.


“오늘은 글이 안 써져. 뭔가 새로운 커피 없어? 너처럼?”

“하하하, 작가님 여기서는 매일이 새로운 커피예요~ 오늘은 브라질로 드릴게요.”


한 수 위, 그 애는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래서 난 더욱 능글맞은 작가처럼 군다. 단 한 번도 쓴 적 없는 글과 스토리,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세상 따위는 시답잖은 듯 눈에 시건방을 단다. 그 애 앞에 있으면 나는 처참할 정도로 비참하지만 또한 꿈을 이룬 듯 우쭐해진다. 우쭐함, 그 달콤함이 나를 자꾸 이곳에 오게 만든다. 이 그늘로 돌아오게 만든다.


자주 앉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한 줄도 쓴 적 없는 워드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폴더는 알 수 없는 제목을 하나씩 달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은 텅 비어있다. 점점 텅 빈 폴더가 늘어간다.


“작가님, 커피요~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


커피 옆에 작은 머핀이 놓여있다. 이 애는 나를 대단한 작가로 만든다. 그게 너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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