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글쓰기 05

“작가님, 요즘 어떤 글 쓰세요?”

by 혜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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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요즘 어떤 글 쓰세요?”


정리를 다 마친 듯 커피양이 컵 하나를 들고 나와 대각선 자리에 앉는다. 그 자리는 커피양이 카페가 한가할 때에 앉아 있는 자리다. 나는 자주 그 자리의 대각선 자리에 앉는다. 대각선이야 말로 부담없이 서로의 대화가 흘러가는 최적의 선이다.


“커피양 글을 하나 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 알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지쳐. 근데 그러다 준비한 걸 몽땅 버리는 경우도 있어. 자료수집만 하다가 글이 도망가버리는 거야. 그때 멍청하게 그 자료들을 가지고 글을 쓰다가는 죽도밥도 안돼. 그럴 땐 버려야해. 과감히.”

“다 버리셨어요?”


커피 한 모금 마시며 동그란 커피양의 눈을 음미한다.


“그럼. 그러나 삭제한 자료들, 내 손을 떠난 원고 등에는 미련을 갖지 않아. 항상 글을 생각하면 섬광이 꽝하고 머리속에 내려와. 그걸 잡으면 글을 쓰는 거고, 못 잡으면 못쓰지. 커피양 그런 경험 해봤어? 도망갈까봐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며 달려본 적?”

“있어요! 저 비슷한 경험 한 거 같아요. 고딩 때 그룹과외 했는데, 그 과외샘을 좀 많이 좋아했어요. 몇 번 따로 만나기도 하고 약간 썸을 탔는데. 어느 날 밤에 그것도 새벽에 전화해서 보고싶다는 거예요. 그때 진짜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외투만 걸치고 샘이 있는 곳으로 막 달려갔어요. 근데 없었어요. 해 뜨고 다시 연락해보니 저한테 전화한 것도 모르더라고요. 그리고 몇 주 뒤 그 샘이 같이 그룹과외 하는 다른 애랑 사귀는 걸 알았고요. 그래서 그 애 엄마한테 일렀어요. 과외샘이랑 사귄다고, 아마 잤을 거라고. 그룹과외는 쫑나고 그 뒤엔 모르겠어요. 그 둘도 잘 안 된 것 같았어요. 시시하게 끝났지만, 그 밤거리를 뛰던 그 순간은 잊을 수 없어요.”

“어 그래.”


커피양은 그 날로 되돌아 간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었다.


“커피양 참 순수하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순진하다는 게 칭찬이 아니래요. 작가님~”

“순진한 게 아니고, 순수하다고.”

“네에. 감사합니다.”


윤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하지 않은 단어를 쓰는 건, 정확하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매서울만치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꼭 들어맞는 단어를 썼다. 그래서 피곤한 일이 없었고, 그래서 윤은 한발씩 멀어져갔다. 나는 윤의 버릇을 닮아갔다.


“우린 다르다고, 틀리다고 하지마.”

“알았어. 달라. 나는 이게 나은 거 같아.”


윤과 처음 다툰 것은 ‘다르다/틀리다’ 때문이었다. 나는 자꾸 ‘나와는 틀린 것 같아’라고 말을 했고 그때마다 윤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고 수정을 해주었다. 나는 계속 그게 그거지, 라는 태도를 보였고. 윤은 서너 번 반복되는 얘기에 멈춰서 정확히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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