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글쓰기 02

“작가님, 커피요~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

by 혜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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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커피요~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


커피 옆에 작은 머핀이 놓여있다. 이 애는 나를 대단한 작가로 만든다. 그게 너무 달콤하다.

“해 뜨고 자서 이제 일어났어. 빈 속에 담배만 태우고 왔는데 빵이 먹히려나 몰라. 요즘 소화도 잘 안 되고. 글이 안 써지니 입맛도 없고 모든 게 다 떫어. 씁쓸해.”

“어머, 작가님 그러다 병나세요. 하나 더 드셔야겠네. 이걸로 양이 차시겠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작가님’ 할 때는 허리춤이 짜릿하다. 나는 짐짓 시답잖다는 투로 빵이 놓인 접시를 툭 치고 만다. 초코 머핀으로 하나가 더 놓였다. 빵을 먹지 않아도 이미 배가 부르다.


툭툭 쌓이는 신문 맨 위에 것을 들고 왔다.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신문을 먼저 본다. 여자애는 바쁘다. 손님이 나간 테이블 정리며, 이것저것 씻고 치우고, 간간히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아무래도 나에게는 특별한 것 같다. 다른 손님 누구에게도 이런 대우와 존칭은 하지 않는 걸 보면. 이 애는 나를 정말 대단한 작가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 ‘그늘에 부는 바람’에서만큼은 나는 작가다. 작가님이다.


초코 머핀은 속이 쓰릴 정도로 달았다.


커피 한 잔이 식고 식어 아이스 커피가 될 때까지 있었다. 오늘은 나에게 별로 말을 걸지 않는다. 손님이 많다. 더는 기다리지 않고 일어났다. ‘작가님~ 들어가세요!’ 커피를 내리며 목소리 톤 높여 인사를 한다. 나는 본체만체 하고 나왔다. 카페 밖에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란 생각들이 기다리고 있다. 예상한 것보다 금방 나왔다는 듯 들러붙지 않고 거리를 두고 따라온다. 거만하게 삐뚤어졌던 어깨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세상은 너무 비좁다.


“형이 한 번만 더 준비한단다. 니가 동생인데 어떻게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형이 이번에 아깝게 떨어졌다고 하잖아. 에휴, 저것이 누구 속을 뒤집으려고 저러는지. 너 힘든 거 아는데, 모아놓은 거 좀만 더 줘라.”


엄마는 돈 달라는 얘기를 맡겨놓은 짐 찾듯 한다. 양해를 구하거나, 부탁이 아니라. 당연하게. 엄마는 나를 집안의 가장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부재한 자리에 형이 앉았으면 좋겠지만, 형은 그 자리의 권위는 누리되 책임은 지고 싶지 않아했다. 그래서 엄마는 가장의 권위를 형에게, 책임을 나에게 나눠줬다.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은 그대로 엄마 지갑으로 들어갔다. 나는 학생이라며 용돈을 받았고, 형은 기죽지 말라고 볼 때마다 얼마씩 더 쥐어 받았다. 그때마다 형에게 얼마가 더 가는지 셈하고 있던 내 모습이 구역질 나게 싫었다. 내 일당이 형 손에 쥐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형을 찾아가 멱살을 잡고 그 손을 짓이기고 싶지만. 한 번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통에 찾아간 형 고시원을 찾아갔다. 형은 외출하고 돌아오는 참이었고, 여자가 팔짱을 끼고 함께 있었다. 형 손에는 슈퍼에 들려온 듯 주전부리와 맥주가 잔뜩 든 봉지가 들려있었다. 욕지거리를 뱉으려는 찰나, 형이 말했다.


“엄마가 너 여기 온 거 알아? 얼른 집에 가.”


위험한 곳에 온 듯 형은 나를 꾸중했다. 짐짓 차가워지는 형의 눈은 어린 시절 잠깐 같이 산 새아버지를 떠오르게 하고. 나는 꼼짝 없이 얼어붙어 버린다. 새아버지는 유독 나에게만 거침이 없었다. 형은 알고도 모른 척 했고, 엄마는 나를 감싸 앉고 대신 맞았다. 형은 불리할 때마다 그 기억을 꺼내 내 앞에 두었다. 슈퍼맨의 크립톤처럼.


“엄마 나도.”

“야야 큰애 저러는 게 불쌍하잖니. 번듯~한 직장도 다니고 니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지만. 형은 뭐 하나는 해봐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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