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샘 Jul 12. 2021

돌연 작가님이 사라진 이유


브런치 알람에 민트색 점이 생겼다. 돌연 작가님이 사라지셨단다. 나는 96일 동안 사라졌다. 그동안 글을 올리지 않은 변명을 해야겠다. 바쁘기도 했지만, 브런치에 대한 마음이 시들해진 게 더 큰 이유다. 시어머니에 대한 하소연을 올리면서 내 마음에 맺혔던 걸 풀어내고 난 이후에는 아이들에 대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욕심이 과해 여기저기 공모에 도전을 해 본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죄다 미역국을 먹고는 부아가 났다. ‘역시 나는 안 돼.’로 시작한 열등감은 브런치에 대한 원망감으로 불똥이 튀었다. 어쩐지 나는 재주를 부리는 곰처럼, 브런치는 돈을 받아가는 왕서방처럼 느껴졌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오늘로 533일이다. 현재 누적 조회수는 1,755,931. 구독자 수는 1,222. 브런치 북을 한 권 만들었고, 매거진을 하나 쓰고 있으며, 다른 매거진을 두 개 더 만들어 놓고 글은 안 쓰고 있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보자고 연락을 받았지만 독자층이 너무 좁아서  되겠다거절을 받았고, 5번의 공모에서는 모두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터질  빵빵한 풍선처럼 마음을 부풀렸다가 푸쉬이~ 바람이 빠지길 반복하면서  마음은 늘어지고 쪼글쪼글해진 쭈그렁 풍선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뭘 기대하고 쓴 건 아니잖아. 그냥 내 만족으로 쓴 거지.’라는 자기 위안은 독이 되었다. ‘브런치는 그냥 내 만족을 위한 취미 생활이야.’라는 생각은 브런치를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슬금슬금 밀어냈다. 뭔가 쓰고 싶은 게 생각나도, ‘이게 뭐라고 애 밥해 먹이는 게 우선이지.’,  ‘나중에.. 지금은 돈 버는 일이 더 중요하지.’,  ‘글 쓸 시간 있으면 집 안 청소나 좀 하자. 집 안은 개판을 해두고 무슨 또 글이냐. 그거 써서 뭐한다고...’ 이런 생각들에 밀려 브런치에서 나는 사라졌다.


얼마 전 남편이 물었다.

“요즘은 글 안 써? 예전엔 글 쓴다고 말 시키지 말라더니 요샌 통 안 그러네.”

“응. 재미가 없어져 버렸어.”

“왜?”

“음.. 돈 벌어서 빨리 이 집에서 이사 가고 싶고, 애도 키워야 하고... 근데 브런치는 당장 돈이 되는 건 아니잖아. 돈독이 올라서 그런 건지, 돈이 궁해서 그런 건지 브런치에서 조회수 10회당 1원씩만 준다고 해도 뭔가 막 콘텐츠를 만들어 낼 거 같긴 해.”


만약 조회수 10회당 1원씩 준다고 하면 나는 열심히 글을 쓸까? 모르겠다. 어차피 브런치에서 돈을 주지 않을 거니까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을 거다.

다시 브런치에 재미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모전은 싹 무시하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이나 써야 할까? 떨어졌을 때 기분이 더러워서 공모전에 다신 도전해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쓰는 안데르센 이야기’를 어떻게 써볼까 설거지를 하면서도 궁리하고 있는 나 자신이 웃긴다.

아무튼 나는 브런치에서 영영 사라지지는 않을 건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마흔다섯, 엄마에게 투정 부리기 딱 부끄러운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