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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l 08. 2021

감염률은 높게, 사망률은 낮게

그래프로 보는 코로나 4차 유행 전망

백신 접종으로 이제야 끝이 보이나 했던 코로나가 델타 변이를 만나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봉쇄와 마스크 모두 '졸업'을 선언했던 영국에서는 다시 수만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감염자의 99%는 델타 변이로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거리두기 정책도입을 예고했던 한국도 심상치 않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1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자는 많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변이 바이러스를 위한 검사 시설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아서 정확한 감염비율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시간차를 두고 델타 변이 감염자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국면이 펼쳐질까? 거리두기는 다시 강화될까? 예측이 무의미한 시대라고는 하지만,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그래프를 가져왔다. 모든 그래프는 구글 검색('국가명 + 코로나') 결과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다.



감염자와 사망자 추이 분석


영국 코로나 확진자(상) 및 사망자(하) 추이


미국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추이

먼저 영국과 미국이다. 각각 왼쪽이 확진자, 오른쪽이 사망자 수다. 전반적으로 사망자와 확진자 증가세 또는 감소세가 맞물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4월경의 초기 대유행은 감염자 대비 사망비율이 아주 높다는 것이 확인된다. 


감염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동계 기간동안은 왼쪽과 오른쪽 그래프가 봉우리를 이룬다. 초기 대유행에 비하면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확산 정도가 심각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가장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했지만, 희생자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최근의 감염자 추이를 보면 영국에서는 그래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도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가, 재확산 조짐이 보인다.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 중 델타변이 감염 비중은 2주 전 약 25%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독일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추이

독일도 비슷한 양상이다. 다만 초기 감염자 대비 사망자 수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양호하다. 검사나 중증환자 관리 등에서 상대적으로 공공보건체계가 영국과 미국에 비해 잘 갖춰져 있던 덕분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최근 전체 감염자 중 델타 변이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감염자 수는 1000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추이

다음은 일본이다. 지난 겨울까지의 양상은 위에서 살펴본 영국, 미국, 독일과 비슷하지만 올 봄부터 초여름까지의 추이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어가면서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감소했는데, 일본은 사망자 비율 억제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이다.



백신 접종과 감염원 확인의 중요성


일본의 사망자 비율, 즉 중증환자 발생 억제의 실패는 동기간 진행된 각국의 백신 접종 상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오른쪽) 미국(가운데) 일본(오른쪽) 백신 접종 추이

영국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일찍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이것이 지난 봄 확산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은 확산이 진행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을 늘렸지만, 이마저도 전반적으로 진행이 더뎠다. 결과적으로 올해 4월부터 5월까지의 폭발적 확산을 막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한국 코로나 감염자 및 사망자 추이


이제 우리나라를 들여다볼 차례다. 한국은 앞서 살펴본 국가들에 비해 초기 감염 단계에서 검사 수가 두드러지게 높다. 그러나 이것은 사망자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만 형태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영국, 미국, 독일에서의 사망자 숫자에 비하면 인구 대비로 따져도 많게는 100분의 1(영국), 적게는 20분의 1(독일) 적은 수치다.


봄 이후의 양상을 살펴보면 감염자는 높게 유지되다가 재유행 양상으로 번지고 있지만 사망자 비율은 현저히 낮다. 이는 적극적인 검사와 백신 접종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백신 접종 추이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폭발적인 확산에 대응해 접종을 서두른 국가들보다는 접종이 늦었다. 하지만 봄 사이 사망자 비율이 치솟은 일본과는 달리 중증환자 발생비율과 사망률 모두 겨울 대유행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 봄 사이 고령자 백신접종을 빠르게 진행했고, 감염자는 늘고 있지만 감염원을 확인해 확산을 차단하는 데에 정부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덕분일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난 1년 반 동안의 코로나 감염 확산 양상은 '퍼질수록 약해진다'로 정리할 수 있다. 한번 확산되었다가, 잠잠해지고, 다시 퍼지게 되면 치명률은 낮아졌다. 물론 치명률이 낮아지려면, 백신 접종과 중증환자 치료가 든든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살펴보지 않았지만, 인도나 브라질과 같이 보건체계가 취약한 나라의 감염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 발생 이전에 나는 독감 백신을 맞지 않고 지냈다.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호사로 은퇴한 어머니가 가끔 백신 접종을 권유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그렇다면 약해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독감처럼 '무시'해도 괜찮게 되는 것일까? 퍼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산 초기보다는 안전한 것일까?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 독감과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치명률보다는 높은 감염력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코로나는 영원히 안심할 수 없다. 이토록 끈질기고 빠르게 퍼져나가는 바이러스는 흔치 않다. 사망률이 낮아지고,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에서도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사회는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사람들은 불편을 겪고, 경제도 요동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리두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치명률이 낮으니까 걸려도 괜찮다고 말할 수 없다. 확산 그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인 질병 앞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Pang Yuhao / Unsplash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3분기에 진행되는 접종 추이다. 정부는 3분기에 '전체 인구 70%의 최소 1회 접종'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한 사회의 70%가 항체를 보유하면 집단면역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집단면역 달성 후 다시 한번 감염이 잦아든다면 그때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세계 어느 나라도 그 지점에 안정적으로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새벽빛을 오게 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열망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도달하지 못한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은, 방역을 향한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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