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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May 06. 2017

봄이 오길 간절히 바라며...

세월호 생존 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의 이야기...

출처 : 창비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그리고.

급속한 경제 발전 속도만큼이나,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의 사고를 수차례 겪여 왔다.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등이 있다. 그리고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 주요 구성원들을 향한 분노와 어른으로서의 자책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정부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곤 하였다.


하지만 정작 참사의 가운데 서 있던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함께 깊게 공감하고 고민하려 하지는 않았다. 되려 "재정적 지원" 등 피상적이며 일시적인 수단을 건네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라고 말하였고, 이는 앞서 언급한 참사가 발생했을 때 하나의 자연스러운 대처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책은, 참사에 익숙해진 사회의 피상적인 대처방식에 상처받고 자라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속내를 털어놓은 육성 기록집이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은...

416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은 앞서 언급한 대처방식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를 느껴 모인 사회의 구성원들이 설립한 모임이다. 아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재난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금방 지워져 버린다.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난의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이 치료될 시간도 허용받지 못한 채, 결국 그들의 마음을 닫아버리고 만다. 작가 기록단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참사 희생가족들의 상흔 가득한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본 서적 외에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있다. 



그들이 살아낸 시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 우리의 반응은 "어른으로서 미안하다"였다. 그들은 미래가 창창한 어린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아직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한, 사회의 구성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들의 "미래"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현재"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의 젊은 날, 고등학교 시절은 어떠했는가? 그리고 그들이 박탈당한 고등학교 시절은 어떠할까... 


우리는 그들을 아이로 대우하기에 앞서, 사회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바라봐야 한다. 동료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그들을 바라봐야 했다. 생존 학생들 대다수가 우리 시민들에게 바라던 것 역시 동일하였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려 하지 않은 것, 그리고 못한 것... 우리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어른들


위에서 언급한 마음으로 다시금 아이들을 바로 보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이제 힘내야지", "부모님을 봐서라도 더 힘내렴" 등등등.


한 때 유행했던 회복탄력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에 상관없이 피해자가 '외상 후 성장'을 이루어내려면 사회적으로 구성된 사건의 의미, 접근할 수 있는 자원의 정도 등이 중요하다고 한다. 희생가족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짧은 소견"으로 그들이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가로막지 말자. 답을 얻지 못한 방황이든 죄책감에서 비롯된 자기 처벌이든 그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돌고 충분한 시간을 주자. "맞는 말"이 모든 이에게 "항상" 맞는 말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공백은 어느 누구가 채워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것뿐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사회가 움직이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은 이에 반비례해 점차 사라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시인 김춘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하나의 몸짓으로만 남길 원하는 존재는 아니다. 하나의 꽃으로서 공감해주는 이, 지지해주는 이가 어느 때보다 갈급한 요즈음, 예상치 못한 참사 앞에 서버린 그들을 꽃으로 보담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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