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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맘 Aug 12. 2016

중학교때

나이가 드는지 자꾸 옛 생각들이 난다.

그것도 별 좋은 기억도 아닌 것들이.


중학생때의 일이다.

그때는 주번이라는게 있어서

두사람이 짝이 되어 한주씩 돌아가며

남들보다 일찍 등교해서

교실문도 열고

복도청소도 해놓고

마실 물도 떠다놓고 했다.


그중에서 가장 귀찮은게 바로 학급일지를 쓰는 일이었는데

매일매일 급훈부터 해서 그날 조회 사항,

교장 선생님 말씀, 수업 시간, 종례 사항 등등.

게다가 이걸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대개는 빈칸으로 둘수 없어서

_가끔씩 더 위에서 검사하므로

되지도 않는 여러가지것들로 칸들을 채우곤 했다.


그러는 것들이 너무나 싫었다.

조회도, 종례도 별거없지? 그럼 끝.

매일 이러시면서

도대체 뭘 써넣으라는 건지.


매일 머리를 짜내어 써 넣다가

내 차례가 된 어느날

갑자기 귀찮고 오기가 생겨서

날짜만 써 넣은 하얀 일지를 싸인을 받겠다고 들고

교무실로 갔다.

아마도 그때 나는 이런 생각도 좀 했던것 같다.

난 그래도 우등생에 모범생이니까 이런 고집정도는

멋지게 보이거나 특별한 아이로 보일수도 있겠다고.


참나 원..


날 멀뚱히 바라보시더니

선생님 왈,


얘, 다 아는 애가 뭐니 지금?

.

.

응?...


이건 뭐.


그러니까 형식적으로라도 적어 넣어둬야

나중에 교장선생님께서 무작위검사하실때

담임인 내가 곤란치 않을거 아니냐는 말씀이었는데

그때 그 말씀을 들었을때 나의 느낌은

딱 이랬다.


다 아는 애?

지금 나보고 그렇고 그런 세상 이치를 다 아는 애니까

대충 넘어가란 얘기?


기분 참 이상했었다.

마치 다 이해한다는듯이 비굴하게 웃으며 네~하고는

뒷걸음질쳐 나와야 하는건지

아니면 네? 하고 반문해야 하는건지.


한 5초간 같이 멀뚱히 보다가는

쓸 얘기가 없어요 선생님!  

이랬다.

황당하게 날 바라보시더니


어제랑 똑같이 써!


~


그러고는 교실로 왔다.


이 기억도 참 안잊혀진다.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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