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지렁이에 대한 일종의 애처로움 강박증이 있는듯 하다.
곤충들은 날거나 아니면 뛰어서 달아날 다리라도 있지
이 지렁이들은 그저 둥근 몸통 하나.
움직임도 느려 터져서는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워 보이니.
새벽에도 장대비다.
아파트 1층 출입구에 얘네들이 잔뜩 모여 있다.
이상도 하다. 높은 곳인데 어찌 올라왔을꼬?
콘크리트 바닥이라서 몸이 마를텐데.
아니면 곧 들이닥칠 사람들에게 밟힐텐데.
주섬주섬 옆에 있는 광고지를 주워 들고는
죄다 모아본다.
살겠다고들 아우성이다.
건물밑 비가 직접적으로 내리지않는 풀밭으로
옮겨 준다. 혹시 이러는게 외려 해를 끼치는건 아닌가?
아닐거야. 몸이 마르면 죽는 애들이니까.
아직까지는 손으로 직접 만지지 못하지만
머지않아 그리도 해볼참이다.
얘네들 깨끗한 애들이다.
그동안 구해준 애들 일렬로 세우면
지구 한 바퀴는 아니라도 서울에서 경기도까지는?
혹시 알아?
오작교는 아니라도
나 구해주겠다고 지들끼리 힘을 모아볼지.
아침부터 헛소리 한마디.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