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 Jun 23. 2018

당신과 나 사이에,
시간이라는게 필요해요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주세요 제발 


어제는 부사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최근 퇴사바람이 불면서, 

우리팀만 벌써 세명이 퇴사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퇴사자들을 뭐 붙잡거나 하지는 않는데,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 정도의 일을 할 사람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고 

믿는 상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실상이 그럴지도 모른다. 

나 정도의 일을 할 사람은 어제, 어디에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아니다. 

내가 여기 이곳에서 시간을 두어가면서 가졌을, 

보이지 않는 일종의 신뢰, 믿음, 교감 - 

이런것들이 없다. 

그는 내가 아닌 것이다. 




사실, 나도 인간이므로 퇴사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제일 친한다고 생각하는 선임이 떠난다. 

뭐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리고 내 팀에서 두명이나 떠나니, 

나는 그것이 일종의 불안으로 다가온다. 

물론 나도 이 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부사장님의 호출은 솔직히, 

악영향에 가깝다.

금요일마다 열리는 회의는,

부사장님의 주최로  

한시간에 가깝게 팀별 업무와 현 상황에 대해서 

보고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부사장님의 템포와 

우리들의 템포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종종 '옛날 사람'이라고 자기를 일컫는데, 

솔직히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다. 

무조건적인 '복종'을 원한다면 차라리 그렇게 

돌려말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텐데.

'옛날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챙김을 받아지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어제 본 '꽃보다 할배' 속 최고령 '이순재' 할아버지보다도 

더 할아버지 같으니, 나로써는 조금 어렵다. 

구한말의 입신양명에 실패한 선비가 그러했을까. 


여튼, 그 옛날 사람인 부사장님은 

자꾸만 나에게 

무언의 압박과 지시를 한다. 

그리고 어제는 퇴사 예정자들과 

나를 떼어놓을까도 생각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시길래.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제발 나를 좀 

당분간은 가만히 놔두시는것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시간은, 

정말 TIME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관계'안에 가져야 할 모든것을 함축한 

중요한 단어였거늘.

그는 대답했다. 


"시간은 어차피 가는 거니까."


네?

뭐라구요?

어르신, 제발.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주세요-

무려 문과 출신이신데, 

이과 출신의 함축적 표현을 이해 못하신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미래가 안보이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