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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Oct 18. 2023

누군가 내게 일이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일이란 게 재미있을 리가 없다고. 매일매일 받는 스트레스를 사람들 욕으로 풀면서 지낸다고 대답했다. 항상 보면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의외였다는 대답을 받았다. 반면 그는 일이 재미가 없고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했다. 명확하게 주어진 지시와 방향도 없어 이전에 하던, 주기적으로 정해진 회의를 준비하는 일을 다시 하고 싶을 정도라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그보다도 일에서 우리는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일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과연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현저하게 덜 받게 되는 것일지.

할 수도 있었지만 할 수 없었던 말

취업을 준비하며 우리는 회사에 들어가면 무언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모두가 자유로운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인정받는 꿈을 꾸지만 무엇하나 정해지지 않은 광대한 백지에서 혼자의 힘으로 목표 지점을 잡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설정하는 것은 예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백지에 스케치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인지, 소위 '메타인지'가 이루어져서 어떤 정보값을 수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선행되어야 하기에.

내가 해줄 수 있었던 말은, 정형화된 루틴과 규정이 있어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룰북이 존재하는 것과 그 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룰북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었다. 물론 섣불리 주제넘게 해 줄 수는 없는 말이었지만.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일에서 재미나 흥미를 찾고 있나?

마치 유행이 돌고 돌듯이, 처자식 굶기지 않게 열심히 일을 했던 산업의 역군들이 지나,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는 만트라를 읊던 세대도 지났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던 그들은 어느덧 열정페이를 주며 노오력을 요구하는 사랑들이 되었고 이윽고 노동에 대한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관심과 흥미가 있어 시작한 것이라도 일은 어디까지나 노동이고, 노동자는 단순히 흥에 겨울 것이 아니라 직업에 걸맞은 프로페셔널리즘과 직업윤리를 갖추고, 사용자는 그 전문성과 윤리, 그리고 노동자의 노력에 상응하는 보장을 주어야 할 일이다.

그래도 사실 즐겁게 일하는 것 같은데 불평할 일인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양립불가능하다고 너무도 쉽게 단정 짓는다. 어느 한 성질을 가지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하나의 성질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회 곳곳에 팽배한 것만 같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여성성을 박탈당했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만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즐겁게 하는 일 혹은 즐겁게 일한다고 대다수에게 각인된 일은 암묵적으로 노동성을 박랄당하거나 평가절하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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