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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Oct 29. 2023

곧 다가올 PSOE/Sumar의 새 정책 톺아보기

근로시간 단축만 있는 게 아니라...

지난 7월 총선의 후유증을 무려 3개월째 겪고 있는 스페인이다.

현실적인 선택지를 두고 명분과 전통에 부합하는 선택지를 고른 국왕으로, 실패라는 결론을 바라보고 달려간 최다득표당의 정부 구성은 결국 스페인 정계가 한 분기를 덧없이 보내는 결과만을 낳았다. 이에, 11월 말 연임을 위해 Sumar와의 연정을 이어가야 하는 PSOE당과, 페드로 산체스 현 총리는 협상이 완결되었음을 알리여 총 48페이지에 달하는 공약 합의문을 발표했고, 큰 차원에서 지난 4년 동안의 성취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스페인에서도 그렇고 법정 주간 근로시간 40시간을 주 37시간으로 단축시키는 안을 주로 보도하고 있지만, 스페인에서는 이미 지난 4~5월 발렌시아에서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그 효과를 평가 중에 있기도 하다는 등 그리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그래서, 총 48페이지로 구성된 정부 공약을 다 읽어보았다.
거시경제: 중소기업지원과 대기업/금융기업 세수 확보

Next generation 펀드를 신설해 중소기업의 고용을 안정시키며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동시에 지난 임기 내내 언급한, 팬데믹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높은 수익을 낸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과세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역시 포함되었다. 메세나법(Ley de Apoyo al Mecenazgo)이 실제로 문화, 사회 개혁 및 문화유산에 기여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것도 보이는데, 뭔가 유럽스러운 관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부차적으로는 망 중립성과 콘텐츠 제공자의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5% 감소하고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 생산량을 81%까지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돋보인다.

고용시장: 청년고용과 연금개선을 동시에?

가장 큰 이슈는 역시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38.5시간, 그리고 37시간으로 주간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정책이지만, 별도로 육아휴직기간을 4주 늘리는(16주에서 20주로) 정책도 있다. 청년 실업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계획(Plan de Choque)을 추진하고, 연금제도 개선으로 노후 보장을 추진하겠다는 정책도 보인다. 의외였던 부분은 출산휴직을 남녀모두에 적용시키겠다는 것과 연금수령액에서의 남녀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 연금실수령액에도 남녀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별도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활성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와 기술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지원을 별도 신설하겠다는 부분도 눈에 띄고, 산업재해에 정신건강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하겠다고도 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도 외교부에서의 무급 인턴 등, 인턴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다는 부분이 대두되었던 것에 대응하여 관련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국토정책: 임대료 상한 정책, 주거 지원 정책과 더불어 전국 단위 철도망 건설

독일에서 시작되어 마드리드에도 소소하게 전파되고 있는 임대료 상한에 대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임대료 상한을 세제 혜택과 연계하는 Ley por el derecho de la vivienda를 도입함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지원 대상을 중위 소득(Renta media, 37,800유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이 중심적. 별도로 총 25억 유로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하여 35세 이하 청년 5만 세대에 대한 주거지원을 하겠다거나, Bono Alquiler Jóven 등의 청년층 주거 쿠폰(?) 사업도 병행하겠다고 한다.

소소한 점은, 현재 계속 외면받고 있는 지역(특히 북쪽지방)에 대한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점인데 원형이 아닌 망 형태의 인프라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표현이 소소하게 신선하다. 별도로 허브 공항이 아닌 경우에 2시간 이내의 거리에 대해 철도 이동이라는 대안이 있다면 항공편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점도 눈에 띄고.

그 외: 아예 별도로 언급된 '여성혐오범죄'와 절묘하게 위장하여 제시된 민감한 정치적 주제들

48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에서 넓게 녹아 있는 핵심적인 주제는 역시 남녀평등, 다양성에 대한 안배, 지속가능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개발 등인데, 그중 전자에 대한 별도의 안배가 눈에 띈다. 최근 몇 년간 스페인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여성혐오범죄에 대해 별도의 항목을 할애하여 다섯 페이지에 달하는 조치들을 나열한 것. 

소소하게 흥미로웠던 것은 "더욱 유연한 행정과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지역정책"이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을 달아놓고 가장 민감한 사법부 개혁과 프랑코 시대의 유산 해소에 대한 정책들을 갑작스럽게 들이밀었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하고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카탈루냐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는 점이었다.

200개 남짓한 항목들이 11개의 주제로 정리되어 있는데, 크게 판데믹 이후 변화한 고용시장과 경제불평등에 대한 해소를 중점 목표로 삼음과 동시에 소외계층과 청년에 대한 지원이 대두된 점이 눈에 띈다. 물론 문서상으로만 보면 정말 좋은 가치를 담은 훌륭한 계획이지만 실천이 될 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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