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생각들
오십대에 들어선 Brad는 요즘 자신의 처지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십대 아들 Troy와 함께 New England지역에 있는 여러 대학들에 방문 및 탐방을 떠나면서부터 이런 생각이 그를 사로잡고 있지요. 그는 사랑스럽고 느긋한 아내 Melanie와 함께 Sacramento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가 대학시절부터 꿈꾸어 온 이상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작은 비영리 단체를 운영 중이지요. 음악 신동인 아들은 사려 깊고 재능 있는 아이로, Harvard, Yale, Tufts같은 명문 대학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미래를 가진 아이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 있어 그 어떤 좋은 것들도 지금의 Brad에게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삶, 성실하고 아름다운 아내, 그리고 음악 신동이라 불릴 정도의 아들을 순수하게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기보다는, 그리고 자신이 대학시절부터 바라던 일을 수십년동안 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Brad는 자신의 대학 친구들의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신을 그들에 비교하게 되지요. 그가 보기엔 그들 모두가 자신보다 훨씬 더 잘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아들에 대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부러움이 자리잡게 되고, 그리고 대학탐방 중 아들이 만난 두 명의 Harvard여대생들을 보며 어리석은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중년의 위기 (a midlife crisis), 즉, 자신의 status가 가장 예민하게 느껴지는 오십대라는 나이에 Brad가 들어선 것입니다. 아들과 젊은 대학생들을 바라보며 Brad는 이런 생각을 하지요:
"I suddenly felt a kind of grief - for all the women I would never get to love and all the lives I would never get to live. I catch a glimpse of myself in a reflection. I appear old. I never felt so old. Why did time compromise everything?"
젊었던 자신의 과거시절, 꿈과 야망 그리고 열정이 살아 숨쉬고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던 그 시절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며, 정작 그렇지 않고 '세속적'이었던 자신의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심지어는 정치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된 것을 보며, 어쩌면 이유있는 또는 정당한 질투심을 가지게 되고 세상에 대해 불만이 쌓여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심지어 영화 중간에는 Brad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The world hated me,
and the feeling was mutual."
하지만 결국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이 현실을 다시 직시하게 됩니다. 또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타협을 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지요. 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삶이 매우 곤해지겠지만, 다행히 Brad의 경우는 아들을 통해 알게 된 두 명의 Harvard재학생들의 concert를 보며 해소가 됩니다.
다음 장면은 이들의 연주를 듣고 있는 Brad의 모습과 그의 생각이 담긴 voiceover가 흐르지요.
"The music is beautiful.
These girls are beautiful.
I could love them and
never possess them.
I could love the world
and never possess it."
Brad가 자신의 대학시절을 기억하며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I loved the world,
and the world loved me"
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세상 - 꿈과 야망, 열정, 높은 이상, 그리고 이성들 - 은 이제 그와는 멀어진 상태입니다. Brad, 아니, 나의 status도 그렇지요. 세상으로 총칭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것들을 가질 수 없는 현실. 젊을 때에도 그랬지만 being young and stupid 으로 모든 것이 가능했던 시절의 pipe dream 이었을 뿐. 어렸기에 세상이 다 내 것일 수 있다는 꿈으로 포장된 mirage를 추구하고 살았던 젊었던 시절 - 지금 돌아보면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것들을 추구했던 나의 모습들이 그리워지는 떄가 오십대가 아닐까요?
나 또한 Brad가 그랬듯 내가 만들어놓은 틀에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때의 세상 - 꿈과 야망, 열정, 높은 이상, 그리고 이성들 - 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지금의 틀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함이 아닌, 나와 엮인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하겠습니다.
언제고 Brad처럼 타협점을 찾겠지요. 그 순간이 내가 또 한 마디 나이가 들어가는 싯점일 듯 합니다. 젊다는 증거가 이런 세상 - 꿈과 야망, 열정, 높은 이상, 그리고 이성들 - 을 나이를 불문하고 추구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다도 나의 싸움을 계속 해 나아겠지만, 글쎄요. 제 주변 status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기에 아직은 나만의 작은 crisis를 싸우며 매일을 조금은 힘겹게 넘기고 있습니다.
Brad가 찾은 그 타협점을 곧 찾길 바랄 뿐이지요.
- October 29,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