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5가지 중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깡이 좀 있어봐라"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개의 예를 들어보지요:
Case 1: "좀 쪽팔린데..."
삼성전자 연수원에 영어집중과정 운영 및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10명으로 구성된 회사 임직원을 2주간 연수원에 '가두어놓고 (사실 출퇴근입니다만)' 영어를 배우게 하는 과정이지요. 과거 르노삼성의 경우 집에도 가지 못하게 한 2주 집중교육을 3년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을 한 지가 십수 년이 되어가고, 매 과정 1주 차 Day 1의 첫 과제들 중 하나로 아래 비디오를 보고 대사를 외운 후 따라 하는 mission을 줍니다. 매일과정이 끝난 후 저녁시간에 연습을 2시간씩 3일만 하면 문제가 없는 미션이지요. 발음, 목소리의 톤, 제스처, 눈빛 등을 조합하고, 그것을 9명의 동료들 앞에서 해 보는 것이지요. 어렵고, wlrk-relevancy 가 낮지만 용기를 주기 위한 과제들 중 하나입니다 (아래 영화 중 연설은 Hollywood 영화들 중 가장 멋진 speech라고 합니다. 물론 1992년작 Scent of a Woman의 Al Pacino의 그것과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지요).
4일 후 발표 날. 어느 한 분이 발표하기를 꺼려하십니다 순서는 6번째인데 이미 시작 전부터 얼굴표정이 좋지 않았지요. 부장 직위를 가진 학생이며 아마도 다음 해에는 이사로 승급할 예정인 사람으로 다른 9명의 학생들도 이를 이미 Day 1부터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기업체 강의를 가면 이런 분위기는 바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미 5명이 위 Michael Douglas의 roleplay 를 한 후 잠시 recess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요. 다른 학생들이 밖으로 나난 후 이 '김'부장이 제 자리로 와서 "저는 좀 빠지고 싶은데, 안될까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한지라 제 답은 같았습니다. 이후 이 학생의 답도 지난 과정들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그런 류의 학생들의 반응과 같더군요:
"직원들 앞에서 못하는 거 좀 쪽팔린데..."
부끄러움과 두려움, 그리고 "체면"이더군요. 같은 회사에서 매일같이 보는 직원들 앞에서도 체면이 있어야 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40대와 50대가 상당히 많더군요. 20대 및 30대 학생들은 그렇지 않지만, 이들 중 상당수도 40대가 되면 이렇게 변하게 될 것은 뻔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된 모습들을 보고 있기도 하지요.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프랑스인 앞에서 (이들 프랑스인들도 영어라면 바닥을 기는 사람들인데 왠지 자신감만은 하늘을 찌르더군요. 프랑스인들에게서 배울 점은 이 부분 하나인 듯합니다) 또는 미국인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정형화된 업무환경에서는 상대에게 배려나 기대할 수 있지만, 길거리에서는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체면과 부끄러움으로 벽을 쌓는지 참 의아했습니다. 군대를 가면 남자가 되고 깡 (guts) 이 생긴다던데, 그 군대의 경험은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들이 영어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영어를 못한다는 두려움보다는 자신의 이미지 (체면)를 유지하기 위한 절규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10명 중 2명 정도는 이 체면을 이겨내고 회사로 귀환한 후에도 이 "깡"을 유지하더군요 (사견이지만 합숙훈련이 출퇴근훈련보다는 두 배 이상 효과적입니다).
Case 2: "벽을 타던 시절"
이번엔 제 이야기입니다. 84년 이민을 가서 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10살이 조금 넘은 나이에 급격히 변한 환경으로 인한 충격이 적지 않았지요. 당시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준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던져진 환경에서 온 삶의 변화가 더 큰 이유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발육이 빨라서 한국의 소년소녀들과는 달리 12세에서 16세 사이의 애들 (백인, 흑인, 히스패닉 모두)은 모두 저보다 대여섯 살은 더 되어 보였고, 그들의 옷차림과 목소리, 제스처 등은 과다하다 못해 조금은 폭력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Asian으로 보이는 애들도 백인과 다를 것 없는 영어를 하는 2세들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한 6개월간은 recess 동안 복도 벽 쪽에 바짝 붙어서 걸어 다녔습니다. 말을 피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소외감에 그리고 왜소함에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 되었지요. 눈길을 피하고 접촉을 피하고 다녔습니다. 그야말로 벽을 타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1) 수많은 reading과 따라 하기를 통해 (2) 제가 쓸만한 문장구조, 구, 절 등을 확보했고, (3) 이를 many many watching과 listening을 통해 가다듬고, 이를 (4) 조금씩 수업시간에, 화장실에서, 그리고 복도에서 또한 심지어는 lunch room에서 쓰기 시작했고, (5)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경험과 용기, 그리고 "제가 쓸 수 있는 오프닝 멘트, 문장구조, 구, 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이것들이 모여 1년 반 후에는 ESL 반이 아닌, 정규반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접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acacia1972-4)
그렇다고 무작정 다 따라 하면 안 되지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그리고 실제 자신의 능력만큼 가능한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아래와 같이 따라 한답시고 "It's all cool, bro." 하면서 접근하면 좋을 일 없겠지요?
"깡"이라고 표현하기엔 포괄성이 너무 넓습니다. 하지만 point는 잡으셨으리라 믿습니다. 한국사람들처럼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없는 듯합니다. 문제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았기에, 영어가 마치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하고, 문법은 확실하게 정확해야 하고 발음은 백인처럼 해야 한다는 이상한 개념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깡"은 Steve Jobs 의 그것처럼 잘 해야 생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슬 수 있는 "영어무기"를 자신감있게 쓰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커지고, 어깨도 펴지며, 눈맞춤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자신에 맞는 영어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쓰시면서 마음이 여유롭다고 느끼는 영어가 바로 그 영어입니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