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Apr 08. 2024

Do Not Send Us Astray

지나가는 생각들


The Walking Dead 의 Season 8, Episode 13 의 제목이 “Do Not Send Us Astray” 입니다. 이 series 가 워낙 성공한 작품이라 이미 많은 spinoff 가 나왔지만 아무래도 원작만큼은 못하지요. 최근 이 series 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극중 character 간 대화와 각 인물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그들의 관점 등이 그저 단순한 드라마로 치부할 수는 없기에 다시 장기간의 rerun 을 시작했지요.


“Do not send us astray from them” - 죽은 자들로 인해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하소서 - 라는 의미입니다. Islam 에서 나온 표현으로, 죽은 자들을 위해 기도할 때 쓰는 기도문 중 일부라는군요. 죽은 사람들의 기억 등으로 인해 산 자들이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문입니다.


아래 장면은 Siddiq 라는 인물이 (Islam 을 믿는 사람입니다) group 의 리더인 Rick 에게 이 기도문을 인용하는 모습입니다. Rick 은 얼마 전 아들을 잃었고, 이를 두고 마음에 많은 갈등을 품고 살고 있지요. 복수심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아들이 죽기 전 바라던 평화를 이끌어내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다른 공동체들의 이익관계가 극과 극인 상황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함에도 Rick 은 이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라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이런 Rick 의 내면이 리더로서의 일상에서 표출되어 공동체 전체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것을 파악한 Siddiq 는 Rick 에게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마저 죽음의 위험에 처하는 것을 아들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Siddiq 의 노력도 소용이 없게 되지요. 물론 한참이 지난 후에야 Rick 도 이런 정신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되지만, 그 시간동안 쌓인 피해와 손해는 상당하지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미련, 그리움, 후회, 자책, 복수, 또는 자기보상 등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리고 꼭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저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 배신, 실연, 이별, 등 - 도 이런 다양한 감정을 동반합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끈질기게 또는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경우도 있고, 더러는 바라던 것을 이루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그리고 득이 되는 경우도 모두 존재하지요.


Abraham Lincoln 이 쓴 Bixby Letter 도 이에 상통하는 듯 합니다. 이 Bixby Letter 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64년 11월 미국 남북전쟁 중 연합군에서 다섯 아들을 잃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사는 미망인 리디아 파커 빅스비에게 보낸 짧은 위로의 메시지지요. 게티스버그 연설, 두 번째 취임 연설과 함께 링컨의 가장 훌륭한 저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편지는 기념관, 미디어, 인쇄물에서 자주 재현되고 있습니다. 편지 말미에는 이런 문단이 등장합니다.


"I pray that our Heavenly Father may assuage the anguish of your bereavement, and leave you only the cherished memory of the loved and lost, and the solemn pride that must be yours to have laid so costly a sacrifice upon the altar of Freedom."


"... and leave you only the cherished memory of the loved and lost"  - 사랑하던 사람, 떠난 사람의 좋았던 기억만을 간직하길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 라고 해석되는 부분이 Islam 의 기도문 일부인 Do Not Leave Us Astray 와 상통합니다.




지난 일, 지난 사람들, 지난 기억들은 소중하지만 이에 매여있지 않아야 하는 경우가 있겠지요. 지난 일들이 현재와 미래를 묶어두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요. 하지만 이 The Walking Dead 라는 드라마에서는 Rick 이 그의 아들의 유언에 따라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을 이후 그려내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게 되지요. 결국에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는) 이 소망을 이루어내긴 합니다만, 그 댓가가 너무나 가혹한 것을 보게 됩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zombie 들에 대항하여 싸우는 생존전쟁이라기 보다는 living 에 대항하여 싸우는 이야기였지요.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 자들보다 더 deadly 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혼돈스런 세상입니다. 평화, 정의로움, 선악이 모두 흐릿하게 되어버린 지금, 과거의 정의 (definition) 만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이 세상, 판단기준이 다른 것들과 중복되고 타협되는 지금, 인간이지만 zombie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지금 어떤 판단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는 매우 어렵고 힘겨운 때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보다 사회주의국가들이 더 classical 하게 보이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Russia 의 경우만이겠지요.


2010년에 시작하여 2022년에 종결된 The Walking Dead 시리즈, 그리고 현실의 우리들은 이 드라마를 실제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Walking dead 가 주변에 많아 보이니까요.



- April 08, 2024

작가의 이전글 내가 배운 뉴욕영어 #1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