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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Dec 15. 2023

못난이를 어쩌면 좋아~♡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책후기

작가는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26살에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다 임원이 되었다.  그러나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태국에서 승려가 되어 17년간 수행하고 46살에 환속한다.   이 후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마음의 고요를 전하다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2022년 1월 사망했다. 

57년의 짧은 생을 한 책에만 남겨두고 떠난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하며 책뚜껑을 열었다.



여덟 살 어느 아침, 하늘이 솜털 구름 한쌍과 우뚝 솟은 자작나무가 이파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그가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온 세상이 제게 '집에 온 걸 환영해'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이 행성에서 난생처음으로 마음이 더할 수 없이 편안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었지요.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감사'가 아니었을까 싶어요.라고.


'집에 온 걸 환영해'라는 표현이 매우 낯설었고, 여덟 살의 소년이 느꼈던  환영, 환대를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하늘에서 낯선 곳으로 혼자 똑 떨어져 불편하고 긴장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나라서 작가의 표현에 더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연말이지만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새해를 준비 중이다.  자격증 시험공부와 새 부서 발령, 그리고 아이의 학교생활 부적응 등등...


문제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서 마음은 늘 분주하다.  

그리고 다시 무기력과  두려움이 시작되었다.

지금껏 잘 연습해 온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내고, 명상을 해도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당황하면서 좌절하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지인에게 요즘의 간략한 내 상태를 말하니 나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하면서 진심 어린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해 주었지만 딱딱하고 차가워진 마음이 녹여지지가 않았다.

뜨거운 감자를 두 손에 받아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영리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데 집착하느라 현재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사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즐거운 마음으로 마주할 수 없다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론 일단 나 자신이 좀 더 견디기 쉬운 사람이 되는 거야.  내 본모습을 좀 더 편하게 대하는 사람, 내 생각에 지배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나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 말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살면서 이보다 더 도움이 됐던 말은 별로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타고난 초능력을 간과한 채로 살아갑니다.  자기 생각에 의심을 품으며 조금은 거리를 두거나 우스갯거리 삼아 가볍게 접근한다면 자기답게 살아가기가 무한히 쉬워지는데 말이죠.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과 친하게 지내기로 마음먹었고, 그럴 수 있으리라 자신감이 넘쳐흘렀던 나는 어디로 가고 나는 다시 두려워하고, 절망하고, 삶을 부담스러워하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수시로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거듭 사과한다.  


나와의 관계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새삼 다시 실감한다.  


올라오는 생각을 다 믿지 말라는 말, 그리고 그것을 믿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어려운 걸음이지만 이렇게 한 발 한 발 움직여 보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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