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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용기가 필요한 지금

일상 이야기

by 바다에 지는 별
탐욕은 돈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탐욕은 모든 것에 허기를 드러낸다. 스스로 뒤처졌거나 부족하다고 믿으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우리에게 없는 것이 고통을 치료하거나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우리가 맛보지 못한 그것이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모두에게 사랑받고픈 허기를 채워주는 것은 가슴에 새긴 한 가지 경험이다.

-마크 네포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중 발췌-

아들이 좀 노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결국 금전적으로 크게 홈런을 쳤다. 늘 빠뜻한 월급으로 지내는 내게는 몇 개월을 전전긍긍하게 할 만큼의 여파가 예상되는 금액이었다.


물론 전후사정을 들었지만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물었을 때 급구 말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자신의 잘못도 있음을 시인한 것으로 갈음해도 틀리지는 않으리라.


나는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에 마음이 무거웠고 사실은 막막해지기도 했다. 아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사과를 했고, 두 달치의 용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아들의 일과 연관하여 나는 오랫동안 '허기'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허탈했다. 그것은 아들과의 일과는 별개로 사는 내내 경제적인 어려움을 일상으로 겪어내며 살아오고 있는 지금까지의 내 삶과 '나'에 대한 성찰 같은 것이었다.


한 때 힘든 시간을 지내면서 시지프스의 신화를 읽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내는 용기 한 조각으로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슴에 새긴 한 조각의 경험이고 기억이다.


힘겹게 끌어올린 바위가 허무하게 떨어질 걸 알면서도 반복하는 시지프스 신화의 주제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용기'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내가 못 나보이고, 소심해 보일 것 같아 부끄러운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넘어설 수 없고, 넘어서기 힘들어서 반복되는 상황이나 문제 앞에서는 꼭 필요한 단어이다.


아들은 평생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있는 엄마에 대한 자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용기가, 그 녀석의 엄마인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상의 높은 파도에 맞서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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