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포네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리뷰 3
우리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한다. 그러나 모든 태도의 밑에는 사랑받고픈 갈망이, 모든 분노의 밑에는 치유해야 할 상처가, 모든 슬픔의 밑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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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가 매일 해야 할 일은 세상과 직면하기 위해 옷을 차려입는 것이 아니다. 문고리의 차가움을, 운전대의 축축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작별키스를 하면서 상대의 입술이 부드럽고 황홀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장갑을 벗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서로의 날 것이 만나는 일.... 그것도 충분히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인생 말년의 작가 나이와 엇비슷해지면 내 체취, 내 몸매,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지금의 이 피로감 가득한 삶을 진정 벗어던질 용기가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용기보다 모든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억지스러운 행동들을 건너뛰게 되는 것일지 알 수는 없지만 저 아름다운 글을 보며 나는 '용기' 쪽으로 믿고 싶어 진다.
인간으로서 살아내면서 더욱 불거지는 슬픔, 괴팍함, 예민함, 우울함의 진원지를 손바닥 펴듯 보여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 펴진 손바닥 안의 것들을 감싸 쥘 마음의 여력이 남아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