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마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을 두고 떠난
그곳에, 그 공간에
마음을 뺏겼다
그곳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도 반갑고
공복에 마시는 물도 맛있고
괜한 이야기에도 훌쩍여지는
이상한 힘을 가졌다
머릿속 한편에는
내가 두고 떠나왔다는
모든 것들이
꾸깃 꾸깃
억지로 집어넣은 짐들처럼
나를 기어코 따라왔지만
그마저도 괜찮았다
떠나온 곳에도
누군가의 삶은 공존하고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음이
분명했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밀쳐두고
그곳의 배경만을, 순간만을
동경했다
어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어느 것 하나 멀어지지 못한 채
떠나온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면
늘 마음이 공허하고 헛헛했다
결국엔
삶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고, 멀어질 수 없다는 사실
그 하나를
떠날 때가 돼서야 알게 된다
동경했던 배경, 그 순간은
언제나 내 눈앞에 찬란하고
동경했던 배경, 그 순간 속에 나는
언제나 돌아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온 사람의 모습이라
그렇게 마음이
공허하고 헛헛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