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쥬 Sep 13. 2024

임플아웃합니다.

아직 30대인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요?

지금은 나와 이별한 내 오른쪽 어금니에 관한 이야기다.


오른쪽 어금니가 또 아프기 시작했다.

이가 아픈 것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 없다. 먹을 때도, 잘 때도, 가만히 앉아 일을 할 때도 나의 온 신경은 아픈 어금니에 집중되어 있다.


확 뽑아버리고 싶을 만큼 성가시지만 내 급한 성미에 맞춰 없애버릴 수 있는 뾰두락지같은 존재가 아니기에 치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가 많이 흔들리네요. 발치하고 임플란트 하셔야 해요.


이런 사기꾼 치과의사 같으니라고, 어디서 임플란트를 팔아먹으려는 개수작이야!


사기꾼 같은 치과의사를 피해 다른 치과를 갔다.


“에효, 잇몸이 안 좋아져서 이를 잡고 있는 잇몸이 약해졌어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치하셔야 할 것 같아요. “


이번 치과의사 선생님은 사기꾼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나한테 임플란트를 팔아 이익을 남기고 싶어 하는 낌새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믿을 수 없다.


최후의 수단, 교회 지인찬스를 써보기로 했다.


치과의사이신 집사님께 연락을 드리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 치과의사들이 돈을 벌고 싶어 혈안이 되어 멀쩡한 나의 어금니에게 딴지를 걸었다고 믿고 싶었다. 희망 한가닥을 잡은 채 집사님 치과를 찾아갔다.


“잘 때 이갈이 습관이 있나요?”

“네?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잇몸이 안 좋아진 것 같은데.”


집사님은 빨갛게 잔뜩 부은 잇몸 염증을 치료하고, 이갈이 방지 장치를 주셨다.


한동안 나는 어금니가 언제 아팠나 싶을 정도로 아픔없는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어금니통증…


그렇게 나는 아픈 어금니와 1년을 버텼다. 아프면 소염제를 먹고 집사님 치과에 가서 염증을 치료하고, 이렇게 1년을 반복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은 다가왔다. 아픈 어금니가 옆에 있는 어금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픈 너 하나 때문에 멀쩡한 놈까지 희생시킬 수 없잖아.


그렇게 나는 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발치하자! 임플란트 하자!


현실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임플란트 치과를 수소문해서 찾아가 상담 후 일사천리로 결제까지 해버렸다.


결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니 치과 라운지에는 하얀 머리가 수북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그때 임플란트의 무게감이 내게 확 다가왔다. 왜 내 어금니는 나를 이렇게나 빨리 떠나고 싶어 했던 걸까? 앞으로 난 새로운 어금니와 얼마나 함께 할 수 있을까?


근데 새로 입주한 어금니, 너 나쁘지 않다. 어금니를 발치한 후 텅 빈자리로 6개월을 보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텅빈 어금니 하나에 굴복하지 않고 예전과 같은 식사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새로운 어금니가 없다가생기니 신세계였다. 저작능력이 이전보다 확연히 좋아졌다고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빠른 속도로 더 감칠맛 나게 오물오물 냠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새삼 왜 나는 아픈 어금니를 그토록 버리지 못했을까 어리석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현실을 인정해야 더 나은 미래가 있다.

나이 38살에 임플아웃하면서 깨달았다.


“인정하라, 행동할 수 있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