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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Nov 07. 2017

#08. 피렌체의 현인부부

자고로 모든 게 해석하기 나름이지 뭐...






현인부부



시끌벅적한 피렌체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다시 두오모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쿠폴라를 오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택할지, 

두오모를 포기할지 

우리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두오모 옆에 있는

‘지오토의 종탑’을 발견했다. 

그리곤 즉석에서 놀라운 사상을

탄생시킨다.



“자고로 자기 안에 갖혀 있으면, 

 진정한 자신을바라볼 수 없는 법.

 

 온전히 탈아(脫我)를 시도할 때, 

 비로서 진정한 내가 보이지 않겠는가?

 

 고로, 두오모를 제대로 보려면 

 두오모에 오를 것이아니라,

 저 늠름한 종탑에 사뿐히 올라 

 타자(他子)의 시선으로 

 두오모를조망하는 것이

 매우 유의미하다 할 수 있겠소.”


 - 피렌체의 현인 부부 (피렌체의 부부 사기단?) -




피렌체에 현인이 나셨다. 

우리는 우리의 사상에 깊이 감복하여 

사상을 몸소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이번 여행 중

우리가 내린 몇 안되는 베스트 선택으로

꼽을만 했다.


대기시간도 환상적이었고, 

11층 높이의 종탑을 오르는 동안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층계들이 있어서, 

저질체력인 우리 부부도 큰 무리 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두오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정상에서 바라본 두오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지오토의 종탑에 오르면 두오모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종탑 위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레푸블리카 광장과 저 멀리 베키오궁도 눈에 들어온다.
부르넬리스키의 동상.로마 판테온 신전의 돔 형태를완벽히 복원하여 두오모를 완성한당대 최고의 건축가이다.





홍콩사람





“차이니즈? 재패니즈? ... 설마 코리안?”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외모가 점점 중국사람을 

닮아가나보다. 


사람들이 국적을 물어볼 때, 

자꾸만 내가 한국사람일리 없다는

가정을 까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질문의 패턴이 다들 똑같다는 걸 인식하게 되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아내는 졸지에 중국사람과 국제결혼한 

꼴이 되고 말았는데, 

이런 나를 위로한답시고, 

아내가 한마디 거든다.


“그래도 돈 많은 홍콩부자로 보여요.”


그닥 위로는 안된다.ㅠㅠ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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