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정 Nov 12. 2017

#12. 낭만작렬 베니스

계획이 틀어졌다고 감동도 함께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피렌체 학습효과



베니스 여행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지쳐갈 즈음, 

우리는 피렌체를 떠올렸다.

 

일정에 연연치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며 

광장의 한 켠에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말이다. 


약국을 나와 

미로 같은 베니스의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산마르코 광장'이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광장의 한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카푸치노를 시키고, 

광장의 주인공이 아닌,

배경이 되기를 자처했다.


이것은 우리 일탈여행 최고의 선택이었다.



우리는 피렌체에서 배운데로 여행의 주인공이 아닌 배경이 되어보기로 했다.





낭만작렬 베니스





카페 쿼드리.          


우리 부부의 삶에서 영원히 기억될 장소,
베니스 산마르코광장의 카페 쿼드리.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여행에 

감동이 꼭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감동도 함께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의 밖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만난다. 


실패의 정점에서 

우리는 그렇게 쿼드리를 만났다.           


산마르코광장의 다른 카페들과 달리 

쿼드리 오케스트라는 모든 곡을 재즈풍으로 

편곡하여 연주한다. 


클래식에 약한 우리에게 딱이다. 

해가 진 광장에 조명이 켜지고, 

쿼드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울려펴진다. 

아쉬웠던 감정들이 광장 바닥으로 녹아내린다. 


낭만의 극치다. 

실패한 여행이란 없다.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1. 실패 3단 콤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