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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Nov 12. 2017

#11. 실패 3단 콤보

이게 다 여행이겠지...







워터포비아


물의 도시 베니스에 오면 다들 한번씩 꿈꾸는 것이 있다. 

곤돌라를 타고 여유롭게 물 위를 유람하거나, 

수상택시를 타고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베니스의 대운하를 감상하며 돌아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잔뜩 기대를 안고 왔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을 실현시킬 수는 없었다. 


아내의 물에 대한 공포가 생각보다 깊었다. 

어릴 적 강가에 빠져 크게 고생한 적이 있다는데,

그 기억이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더불어 베니스의 좁디 좁은 골목길에도 

두려움을 토로했다.


아내의 물에 대한 공포가 생각보다 깊었다.



규모가 큰 수상버스를 탈 때는 괜찮은데, 

그보다 작은 것을 타니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테면 미니수상버스 같은 것 말이다. 


물이 너무 가깝다고 느껴지니 

빠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고 

멀미까지 올라왔다. 


아내는 

미니 수상버스를 타는 내내 

눈을 감고 입 을 막으며 

트라우마와 싸웠다.


그러니 물 위에 바싹 붙어 달리는 곤돌라나

수상택시는 꿈 같은 이야기이다. 


아내의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좋은 경험을 할 수 없게 되니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기분이 묘하게도 수상버스 위에서 바라보는 

베니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내의 고충과 달리 미니 수상버스 위에서 바라논 베니스는 무척 아름다웠다. 





리알토 다리는 공사 중



곤돌라를 타겠다는 1차 목표는 실패했지만, 

베니스에서의 두번째 목표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베니스의 선셋 스팟, 리알토 다리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


그러나, 

다리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또 한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리알토 다리가 공사 중이었던 것이다. 

다리의 서쪽 방향을 완전히 막아놓고 개보수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일몰을 감상할 수 없을 뿐더러,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 

공사 때문에 1차 선이 막혔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전쟁통이 따로 없다. 


우리는 잠시를 버티지 못하고 

인파에 떠밀려 다리 밖으로 밀려났다. 

두번째 목표도 달성 실패다.

 

수상버스에서 바라본 리알토 다리 (다리의 반대편은 공사 중이었다.) 우린 저기서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는 꿈꿨다.





결국 터진 인후통



엎친데 덮친격, 

아내의 인후통이 도졌다. 


이탈리아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어디서 든 담배를 태워댄다. 


평소에도 강의가 많아 

목이 항상 좋지 못했던 아내는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뿜어대는 담배연기 때문에 

콜록콜록거리더니, 


베니스에 와서는 

이제 침 삼키기도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곤돌라 탑승 실패, 

리알토 다리 일몰감상 실패에 이은

실패 3단 콤보 완성이다.          


아내는 심해진 인후통 때문에 정상적인 여행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다.


우린 약국을 찾아 골목을 헤메였다. 

위장관 부작용이 적은 인후염 치료제를 요구했더니, 

약사님이 처방해 주신 약이 신기하다. 

거의 국소마취제이다. 


입에 물고 있으면, 

혀끝과 목이 마비되어 얼얼하다. 

2시간은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금새 다시 콜록거리기 시작한다. 


이래저래 속상하다.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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