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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Nov 12. 2017

#10. 옥탑방 베니스

이런 들 어떠하리 저런 들 어떠하리







피렌체역을 출발한 우리는 

일탈여행의 세번째 목적지인 물의 도시,

베니스에 입성했다. 


오후의 햇볕이 쨍쨍하다.

살이 따갑다. 

사람은 넘친다. 

사방이 담배 연기다.

피렌체의 정갈한 자유로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먼저 숙소로 향했다. 

방을 안내하는 호텔직원이 

쭈뼛쭈뼛한다. 


도착해보니, 

객실이 옥탑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이런 것으로

쉽게 실망하지 않는다. 


왠걸 문을 열어보니 궁궐이 따로 없다. 

멋진 인테리어와 넓은 객실! 


4성급이라지만, 

헝그리 모드로 로마와 피렌체를 

거쳐온 우리에겐 

7성급이나 진배없었다.


수상버스에서 바라본 베니스는 정말 낭만적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우리는 

서둘러 선착장을 향했다. 


육지의 버스 같은 제법 규모가 있는 

수상버스를 타고 운하를 둘러보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새로운 도시로 옮길 때마다 

이번엔 더 멋진 여행을 하고 싶다는 다짐이

생기나보다. 


다시 로마로 돌아갈 우리에게 

베니스는 마지막 도시이기에 더욱 간절해진다. 


성공을 지향하는 일상의 범생이들에게는 

이러한 성격의 다짐들이 

매년마다, 매월마다, 

매주 월요일마다, 매일 아침마다

매우 유용하지만, 


일탈을 지향하는 순례객들에겐 

되려 역효과가 난다. 

잘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탈을 방해하는 것이다.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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