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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며 생긴 스몰 트라우마를 짚고 넘어가야 할 때

다시 다지는 순간을 통과하며

‘우리는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배우고 법적으로 기재도 되어 있는데 왜 보장도 안되고 그 일을 시장에서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거지?’


그런 패기로 스타트업에 들어가 일하고, 사업자를 내고 브랜드를 운영하고, 부족한 건 다시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가 공부하면서 능동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시장의 닻은 강력했다. 영양상담에 대한 개념 전달도 어려웠지만 영양사라는 직업에 대한 한정적 인식이나 앱으로 가능한 ‘기능’이라는 접근도 견고했다. 지난 6년간 참 많이 설명하고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제값을 달라고 투쟁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내 능력’으로 주로 귀결시켰다.


계약을 할 때마다 왜 이렇게 내가 예민해질까, 제안을 받을 때마다 기쁨보다 의심을 할까.

돈 두고 줄다리기하는 게, 독소 조항 때문에 피해 본 게 비교적 사회 초년생이었던 내가 부족해서 진 거라며 참 많이 스스로를 탓했다.


일할 때 사람에 대한 불신이 기본값이 되어있다는 걸 비교적 최근에 알았다. 긍정적으로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면서 그동안 크고 작게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인정한 순간 내가 사실은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 과정이 고되고 외로웠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걸 알고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그친 게 미안했다.

내 선택이니까 참고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하며 해왔지만 아픈 게 안 아프진 않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갈길을 가라고 하기에 경제적 상황이 걸려 있어서 그럴 순 없었다. 이제는 일인자나 선구자가 문제가 아니게 됐다.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게 뭐냐, 해내고 싶은 게 무엇이냐가 문제가 됐다. 그게 노선 별로 머릿속으로 좀 그려지니까 각각의 장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내가 좀 보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내가 일 앞에서 겁을 먹고 의심하고 힘들어하면 그게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이런 과거 때문에 아직 좀 버거운가 보다고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의 인생인데 신중하고 싶은 게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닐까? 다만 그 안에서 한 개만 택해야 한다는 건 마음을 좀 바꿔봐도 될 것 같다. 한 번에 쓰는 레버리지가 크면 베팅이지만 여러 번으로 나눠서 해볼 순 있는 거니까. 불나방으로 임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생각만 좀 바꿔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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