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달비와 기름값 중에 뭐가 더 아까운지 논란이 붙었다. 점심을 시켜먹기 위해 배달앱을 켜보니 배달비가 4000원, 차를 타고 이동해 음식을 포장해 오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기름값을 아끼는 게 차라리 낫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둘 중에 뭐가 나은지 비교하다 결국엔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었다.
사실 배달비와 기름값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프다. 배달료가 얼마나 올랐으면 최근에는 '배달료 절약하는 팁'도 화제다. 배달비 아끼려고 커피를 몇 잔씩 쟁여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문하고 몇 끼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중고거래 앱이나 온라인에는 '배달 공구(공동구매)'를 구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배달료 인상은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당연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배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데 비해 배달 기사들의 공급 부족으로 배달료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기사들의 몸값은 상승하고 있고 이들을 구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배달비 공시제'라는 대책을 내놨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조사 기준이 모호하고 한정적인 데다 이러한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먼저 수시로 변경되는 배달비를 한 달에 한 번 하는 조사로 일률적으로 측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단건 배달을 시행하는 업체와 묶음 배달을 실시하는 업체의 가격 책정이 다른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배달앱만 열면 쉽게 알 수 있는 배달비를 누가 해당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서 확인할지 물음표가 붙는다.
이 순간 가장 답답한 건 플랫폼 업계다. 외부 활동이 늘어나 배달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배달비 공시,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 구현 등 여러 규제가 가해지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정부가 제멋대로 시행한 제도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도 받고 있다.
배달료 논쟁에는 시간이 약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치솟은 배달료가 이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한때 혁명과도 같았던 배달앱도 정점을 찍고 과도기를 겪는 듯하다. 이제 정부도 불필요한 대책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