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회사일을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싫다.
업무 시스템이 이상하고 필요한 절차가 전부 생략됐는데도 자기 하나 갈아 넣어서 이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들 말이다.
내 선임 중에도 이런 직원이 있었고 내 후임 중에도 이런 직원이 있다. 내 친구들 중에도 이러는 애들이 있다.
나는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면서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 걸 본 적이 없다. 이들도 그걸 알아서 나에게 회서에 대한 불만을 많이 털어놨다. 몇 번은 들어주다가 어느 순간부턴 나도 답답하기 시작했다.
나 : 그렇게 힘들면 상사한테 면담이라도 하는 게 어때요?
열심인직원 : 말해도 소용없어요
나 : 그럼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마요. 어차피 보상도 없고 진급도 안 시켜준다면서요.
열심인직원 : 내가 안 하면 이거 아무도 안보잖아요.
나 : ㅠㅠ 이직 준비해요.
열심인직원 : 아 이직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진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열심히 해도 보상이 없는 걸 알면서 스스로를 갈아 넣는 걸 참을 수가 없다니, 당신들 마조히스트인지?
더 답답한 건 이들이 다른 직원들을 욕할 때다. 정상적인 업무량이 1이면, 내가 봤을 때 다른 직원들은 최소 1, 일반적으론 1.5 정도의 업무를 해내고 있다. 인수인계와 교육이 개판인 곳에서 신입사원들은 0.8 정도만 해도 잘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열심인 사람들은 5를 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서 험담을 한다.
열심인직원 : XX 씨 일을 너무 안 해서 짜증 나요.
나 :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받았다던데요.
열심인직원 : 그래도 경력직인데 알아서 잘해야죠. 어제도 다 같이 야근하는데 자기 혼자 일찍 가잖아요.
나 : XX 씨가 거기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야근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몇 시간 일하다 갔는데ㅠㅠ 님도 적당히 하고 위에다 인력 더 필요하다고 요청을 해요.
열심인직원 : 말해도 소용없다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이들이 열심히 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이들의 애매하게 순응하는 태도를 싫어한다. 불합리한걸 다 순응하는 듯 하지만 결국 본인들도 참지 못해서 이상한 데다 화풀이를 하는 태도 말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체계와 시스템을 바로 잡을 수 있을 때 잡지 않으면 직원 한 명을 갈아서 회사를 굴리는 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이걸 직원들이 다 같이 목소리를 내야 변화가 생기는데 꾸역꾸역 ‘갈리는 입장’이 되어주면서 회사의 악습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나는 이걸 한마디로 회사 버릇 개같이 들여놨다고 말한다.
내가 열심인 사람들을 미워하는 게 합리적이지는 않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시스템을 고쳐먹지 않으며 눈만 높이는 회사를 더 미워하는게 맞다. 하지만 당장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해결 의지 없이 불만을 배설하는 걸 들을때나, 이들을 ‘정상 직원’이라 간주하고 나머지 직원들을 불성실한 직원 취급 하는 상사들을 대할 때 나는 속절 없이 그들을 미워하게 된다.
나는 제발 자기를 회사에 갈아 넣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면 좋겠다. 자기가 갈리는 건지 아닌지 자각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기준을 딱 정해주겠다. 초과 근무를 일주일에 이틀 이상을 하는데 그건 마땅히 내가 할 일이라 여겨지고, 왠지 다른 팀원들은 나만큼 안따라와주는 것 같아서 불만이 있다면 당신은 ‘회사에 자신을 갈아 넣는 사람’이다. 우리쪽 업무가 원래 이래, 이슈가 생겨서 어쩔 수 없어, 바쁜 시즌이 있어 등등의 변명은 제발 넣어두길 바란다. 원래 그런 건 없고 어쩔 수 없는 것도 없다.
자기를 갈아넣었다면 사람들의 인정따위 말고 눈에 보이고 확실하고 지속가능한 보상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냥 희생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면 조금이라도 투덜거리지 않으면 좋겠다. 불만은 위로, 회사를 향해 쏟아내라. 특히 다른 사람도 자기만큼 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미 그 사람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님들은 그 회사에 있기 아까운 인재들이니 제발 이직하여 행복을 얻으세요~!
무엇보다 나한테 말을 걸지 말았으면 한다. 난 당신들의 감정 쓰레기통 노릇이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