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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괴왕 Feb 16. 2024

12. 나도 가끔 나쁘다.(1)

오늘도 회사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은 날이지만 그전에 잠깐 반성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비극은 회사:나 = 99:1 비율로 회사 잘못이지만, 1프로의 날갯짓으로 변화가 생길 때도 있으므로 나도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지금과 같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맞는 말만 하는 '투덜이'로 늘 살고 싶진 않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긴 우습지만 나는 주위 환경이 어떻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조금 동경하기도 한다. 가능하다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런 유전자를 타고나지 못해 그건 불가능하고, 자아 성찰이라도 하며 불만을 좀 줄여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 나는 지각에 무감각하다.

나의 아주 안 좋은 습관이다. 나는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 일정에는 단 1초라도 지각을 한다. 어떤 이유와 변명도 없다. 그냥 가기싫어서 느리게 움직인다. 회사가 너무 가기 싫었던 시기에는 야근했던 날을 방패 삼아 지각을 자주 했다. '너네도 내 시간을 존중 안 하는데 왜 내가 근태를 잘 지켜야 해?' 하는 태도로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왜 모든 직장인들이 출근 시간을 똑같이 맞춰야 하는지 의문이다. 늦잠 잔 날엔 늦게까지 일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일찍 퇴근하고 싶은 사람이 일찍 오면 되는 거 아닌가.. 뭐 모든 직종이 이렇게 유연하게 근무할 수는 없지만 유연하게 근무를 해도 되는 업종이면 유연한 게 좋지 않은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지키는 약속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싫은 걸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 인건 나는 타인의 지각에도 너그럽다. 예를 들어 회사가 내 월급을 며칠 늦게 준다고 해서 회사 욕을 하지는 않는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늦어서 내 일정에 지장이 생겨도 사정이 있었겠거니 한다. 지각을 잘하는 분들이라면 나와 일을 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우린 꽤나 잘 맞을 거라고요...


2. 강약약강일 때가 있다.

정말 정말 스스로에게 굉장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나를 이해해 주고 내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상사에게 많이 대들고, 나를 찍어 누르려는 상사에게는 굳이 말을 더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강약약강'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인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 또한 상사들에게 '강약약강'을 시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많이 반성했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무서운 상사들에게도 열심히 말대꾸하고 대들었다. 나를 이해해 주려는 상사께는 더욱 공손해질 것이다.


3. 기분에 따라 집중력이 좌우된다.

나는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많이 일을 한다. 그에 비해 너무 적게 번다. 제일 중요한 건 주 40시간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 주 4일, 하루 최대 6시간 정도만 집중력을 발휘하고 나머지 시간은 멍 때리거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조는데 시간을 쓴다. 주 24시간이라도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좋을 텐데 나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집중을 거의 하지 못한다. 분노와 억울함이 뇌를 지배해서 업무와 관련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듯하다. 스트레스는 물론 회사로부터 온다. 하지만 기분이 업무 효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회사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내 몫을 어느 정도는 해놓고 회사와 싸우는 편이 나의 전문성을 기르는데도, 회사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는데도 유리할 것이다. 심신 수련이 필요하다.


4. 꽉 막힌 구석이 있다.

이건 아주 사소한 건데 나는 누가 맞춤법을 지독하게 틀리거나, 업무 용어를 이상하게 쓰면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나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용어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업무 대화를 진행하고 싶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피곤할 것이다. 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를 참아주듯 회사도 나를 참아주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미성숙한 걸 모두 회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나도 조금은 나은 어른이 되고 난 뒤에 어른스럽게 회사를 더 줘 패야지. 저를 참아주시는 회사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한테 말은 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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