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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Jan 12. 2021

인공지능 교사와 인간 교사의 비교, 합당한가

토론의 개념 정의 이해하기

 코로나 19 이후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많은 변화 중 하나는 교육 분야이다. 등교 일수 제한으로 인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을 대신하여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교사와 학부모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바로 교육 격차 확대이다. 온라인을 통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인 과제를 부여하고 검토하지만, 수업이 진행될 때 개별 학생들의 수준을 이해하며 진행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기도 교육청이 관내 학교 교원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원들은 일방적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 증가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증가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AI 교사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AI 교사 5천 명을 양성하기로 발표했다. 즉, 인공지능 융합교육을 담당할 초중등 교원을 연간 1천 명씩 양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인공지능 펭수와 영어로 말하는 ‘AI 펭톡’이 전면 도입된다. 교육부가 올해 1,2차 시범운영을 한 결과, AI펭톡을 통해 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도와 평균 영어 학습 시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교사와 AI 교사의 융합 교육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일본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에 있는 긴키대학 부속 중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수업을 하였다. 교사와 학생들은 칠판이나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개개인의 태블릿과 앱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 인공지능 앱은 실시간으로 학생들에게 맞춰서 문제를 낸다. 학생이 문제를 풀다가 틀린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딥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학생에게 맞춰진 학습 영역을 추천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직접적으로 본인들의 학업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교사나 학교 측의 만족도도 높다. AI교사를 도입한 일본의 학교들은,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습 격차가 실질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언급하며, 앞으로 공교육에 AI교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대중이 ‘인간 교사와 인공지능 교사’에 대한 비교를 하며 인공지능 도입은 인간이 받아들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선생님의 특징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인간의 영역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함을 대변하고자, ‘인간 교사는 인공지능 교사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논제를 정해 많은 매체에서 찬반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제로 진행되는 토론을 청중 입장에서 봤을 때 토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토론이 진행되면 될수록 여러 가지 쟁점을 다루고 있어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찬성이나 반대 측이 언급하는 주장이나 근거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인간 교사는 인공지능 교사로 대체 불가능하다.’라는 논제로 토론이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찬성, 반대 양측의 입론을 요약한 것이다.


찬성: 인공지능 교사는 학생들에게 사회성, 창의성 등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지식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반대: 인공지능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 교육, 차별 없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어 교사의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교육은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 그리고 모든 학생의 수준에 맞게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교사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학생들을 위한 맞춤 교육,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입론을 따라 토론이 진행되면 어떠한 문제가 생길까? 상호 간에 교사의 역할에 대한 정의와 범위가 합의되지 않아 이 토론은 결국 ‘교사의 역할’에 대해 합의될 수 없는 논쟁으로 토론이 끝날 것이다.  

이렇게 AI 교사에 대한 토론을 할 때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개념 정의’ 때문이다. 토론이 진행될 때에는 논제에 대한 개념 정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위의 예시에서 보듯이, 정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개념이라면 이는 토론 논제로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개념 정의란 무엇일까?


개념 정의는 모든 논제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으로, 논제에 서술되어 있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만일 개념에 관하여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토론자들은 같은 논제로 서로 다른 토론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올바르게 토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념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토론, 설득의 기술』, 44쪽


이렇듯, 토론에서의 개념 정의는 매우 중요하다. 『토론, 설득의 기술』에서는 입론에 담겨있어야 할 내용으로 개념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같은 논제라 하더라도 서로 해석이 다른 경우에는 토론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가령 ‘핵 폐기’에 대하여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폐기’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핵 연구시설의 철거’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양자가 ‘핵 폐기를 하기로 한다.’고 말하면 그것만으로는 합의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토론, 설득의 기술』, 91쪽


위 책의 내용을 근거로, ‘인간 교사는 인공지능 교사로 대체 불가능하다’와 같은 논제가 왜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논제인지 살펴보자. 



먼저, ‘교육’ 혹은 ‘인공 지능’이라는 단어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할 수 없다. 우리는 단순히 ‘인공지능’에 대해 모두가 같은 의미로 인공 지능을 생각할 것이라 예측하지만, 각자는 모두 다르게 인공 지능의 범위에 대해 정의 내릴 것이다. 명확하게 인공지능을 정의 내릴 수 있는가? 인공지능을 생각했을 때, 누군가는 알파고와 같이 인간의 학습 능력을 뛰어넘은 컴퓨터 속의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 있고, 언어 능력이 탁월한 인간의 모습을 띈 로봇을 떠올릴 수 있다. 혹은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자비스’를 떠올릴 수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에 대해 모두가 다른 정의를 내린다. 이 예시들은 모두 인공지능에 포함되지만, 핵심으로 말하고 있는 기능들이 다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범위가 너무 넓어 명확하게 인공지능의 범위를 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에 대해 떠올리면 사람마다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의미가 모두 다르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범위도 분명하게 정할 수 없다.     


이렇게 단어의 정의와 사회적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면 원활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토론, 설득의 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 토론의 논제를 선정하는 방법과 개념 정의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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