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걷잡을 새 없이 지는 해 밑에서
끝이 울퉁불퉁한 오른손 엄지가
삐죽 고개를 든다
모난 엄지의 시선에
해보다 먼저 눈이 들어왔다
뻘겋게 상한 눈이 말한다
오늘도 참 고됐다
내 주위로 1m
동그란 숯검댕이 원이
벽을 대신한다
말은 가면을 쓰고
오랜시간 미소 짓는다
오늘도 참 애썼다
까다로운 세상에서 모자란 몸뚱아리는
하루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
물렁하던 손가락엔 굳은살이 지고
하얗던 눈은 누르스름 해졌다
북적이던 주변은 외딴 섬이 되고
거울 앞에서 입꼬리는 바닥을 긴다
행복을 쫒아 온 걸음이
딱딱하게 무뎌진다
우리는 자라 어른이 되어야 한다
영원한 유년을 과거로 밀었다
굳은 손이 까맣게 배렸다
손에게 다 자란 누군가는 행복을 물었다
그 뒤, 침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