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43
Atherton, Queensland
Australia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너에게 아주 길고 긴 편지를 쓰고 싶다.
아주 길고 길어서 펼치면
너의 긴 목에 목도리처럼 감을 수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만 2박 3일은 꼬박 걸릴,
그렇게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상들과
켜켜히 쌓인 많고 많은 생각들과,
그 생각들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불안들.
그 모든 세세한 것들을 모조리 적어서
너에게 주고 싶다.
내가 너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너의 모든 것이 나는 어떻게 좋은지,
지겨울 정도로 자세하게.
그렇게 읽고 나면 나의 감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그렇게 길고 긴 편지를 쓰고 싶다.
그런 편지를 설령 내가 영어로
완벽하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영어로 쓴 그 편지는 나의 마음을
완전히 담을 수는 없을 것이고,
독일인인 네가 그 편지를
4박 5일에 걸쳐 열심히 읽는다고 해도
너는 여전히 나의 마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
너에게도, 나에게도 슬픔만 남길 편지를
그래서 쓰지 않았다.
말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헷갈리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