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미술교습소를 하고 있다. 조금 큰 학원에서 약 3년, 그리고 교습소 운영은 10개월째다. 어찌어찌 시작한 이 일이 제법 잘 맞았는지 잘하고 있고, 또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즐겁지만, 더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기 위해 조금 진로를 틀어보려고 한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고민해본 결과, 이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느꼈다. 결국 교습소는 그만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 몇 주 이런 생각들로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은 모양이다. 일주일 전부터 중이염에 시달린 나는 오른쪽 귀가 거의 안 들리는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다 눈병까지 겹쳐버렸다. 눈이 뻐근하고 충혈되며 계속 눈곱, 고름(?) 같은 것이 낀다. 너무 황당하고 심지어는 억울한 생각까지 들더라..
어쨌든 아픈 건 아픈 거고, 과자는 먹고 싶어 동네 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곰곰이 지난날들을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내가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또는 무언가 배워보려 하려고 할 때마다 뭔가 브레이크가 걸리는 걸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몸이 아프던, 상황이 안 좋아지던, 어쨌든 뭔가가 걸리게 되는 것 같았다.
열심히 무언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그 노력을 위한 조건들을 최상으로 맞추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운동선수가 시합에 나갈 때 최상의 컨디션을 맞추고 싶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니 작은 것 하나까지도 무던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예민해져, 마치 그것이 걸림돌인 것 마냥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과거의 나의 경우들을 곱씹어보았다. 뭔가를 새로 배우고 싶을 때 꼭 집이 어렵거나, 몸이 아파버리거나 하면 자기 합리화를 하며 조용히 포기를 했다. 속으로 스스로 다독이면서 말이다. '지금 그래 한 푼이라도 버는 게 중요하지, 한 푼이래도 아끼는 게 중요하지.. 내가 욕심부릴 때가 아니야..' '그래 몸이 건강해야지, 내가 아프면 무슨 소용이야'
돌아보니 이런 조용한 포기들이 나를 제자리걸음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자기 계발에도 과감히 질러보질 못하고 가성비를 어지간히도 따져가며 이리저리 궁리하는 내 모습이 참 안쓰럽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건 없다. 정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데, 한번 앗싸리 열심히 해보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열심히 할지는 고민 중이라는 거다. 거의 좁혀졌다마는, 잘 모르니 뜬구름 같아 겁도 나고 그래서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긴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