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재수생, 또는 대학교 1학년쯤에 자기 계발서가 굉장히 유행을 했다. 당시 주 키워드는 주도적인 삶, 시간관리 정도가 될 것 같다. 너도 나도 목표를 적고 외치며 플래너를 쓰곤 했다. 하루를 규칙적으로 꽉 채워 빡세게 살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고삼, 재수 때 자기 주도 학습을 다니며 플래너를 썼다. 독서를 하는 습관을 이때 들였는데, 당시 동기부여를 위해 자기 계발서들은 자주 읽곤 했다. 너무 오래돼서 뭔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기억나는 건 나폴레온 힐 선생님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인생 나의 꿈(이거 맞나?) 재수 때쯤 읽었고, 그 유명한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을 이때 처음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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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갔다 오니 갑자기 아프니깐 청춘이라며 공감과 위로를 하는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빡세게 살라고 했던 말들에 지쳐버린 건지? 너도 나도 힐링을 하겠다며 공감과 위로의 말들을 sns에 올리곤 했다. 그런 강의들도 인기가 많았다.
이때 서점에는 온통 힐링이란 키워드로 가득 찾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이때 이외수 선생님의 청춘불패를 참 재미있게 봤었다.
내 기억에는 이때쯤에 인문학 열풍이 불었는데, 그 유명한 justice 도 이쯤 완전히 대중적으로 올라왔던 것 같다.
나는 이때 사는 게 좀 빡빡해서 인문학 열풍의 흐름은 잘 몰랐고, 조금 지난 후에 동양철학을 중심으로 당시 강의도 보고 책도 보았다. 특히 노자에 관한 이야기들을 참 재미있게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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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이제 식상해질 때쯤 갑자기 방송을 탄 키워드가 있었다. 이게 정말 대 유행이 되면서 힐링이란 키워드가 한순간에 뒤로 밀려버렸는데 그게 뭐였냐면 YOLO였다.
꽃보다 청춘을 통해 알려진 YOLO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sns에서 언급이 되었다. 온갖 해시태그에 전부 yolo였고, 카톡 남 김말에도 꽤 많이 쓰더라..
원래 의도했던 의미는 그런 게 아니었을 것 같은데, yolo이후에 뭔가 퇴사하고 여행을 가는 것이 유행이 돼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욜로 열풍은 마치 여행을 가지 않는 내가 청춘을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 싫었다. 진짜 이쯤에 여행은 무조건 남는 건데 여행 왜 안 가냐는 말 무지하게 들었다.
욜로 열풍 다음으로는 소확행도 꽤 인기를 끌었다. 포기가 익숙해 기대가 많이 없어진 현세대는 작은 것으로부터 공감과 위안을 얻는다. 에세이 코너는 미니멀하며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표지로 한 소소한 내용들의 에세이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쯤에 분위기를 되게 긍정적이라 생각하는데, 이유는 우울증이라는 병이 더는 수면 아래에 있지 않고 위로 올라오면서 정신과 상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더는 실체 없는 괴담과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겪는다면 적절한 치료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생겨난 것은 정말 정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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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서점에 큰 글씨로 '돈' '부자' 이런 표지들을 앞 세운 책들이 잘 보인다. 나 같은 놈도 관심이 가는걸 보니 재테크가 대중적으로 본격적으로 올라온 것 같다.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는 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최소한 손해는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다고 생각한다. 더더욱 각박해져 가는 가운데 혼자서라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경제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투잡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근데 보수적이고 아직 시야가 좁은 나는 선뜻 무엇하나 시도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광고를 너무 많이 하는 것도 그렇고, 광고처럼 그렇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면 나만 알고 싶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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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야가 넓지는 않은 편이라 놓친 부분도 많겠지만 어쨌든 내 시야 안에서 느낀 흐름들은 여기까지 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