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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Nov 20. 2023

이른 2023년 회고

간만에 여유가 생겨서, 는 아니고 오늘 안 하면 올해도 안 하고 어물쩍 넘어갈 것 같아서 쓰는 2023년 한해 업무 정리.


#1

올해 재창업을 했다. 사실 재창업이라고 하기가 뭐한 게, 원래부터 같이 하던 사람들이랑 다시 차린 회사다. 법인 설립 시기는 작년 여름쯤이었는데, 다들 부업처럼 일하다가 올해 들어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올해도 아니고, 재창업도 아니니 첫 문장부터 모순 덩어리네.


#2

이렇게 빨리 다시 시작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지난해 연말에 내린 일련의 결정들 때문에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다. 결정 내릴 때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 팀도 다시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3

나온 뒤부터 닥치는 대로 일했다. 기획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강연도 하고, 글도 쓰고, 영업도 하고, 기타 등등. 나야 어차피 늘 그렇게 살았다 치더라도, 함께 하는 다른 분들이 그런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성격은 또 좀 더럽나. 크게 안 싸우고 (물론 싸우기 전에 내가 먼저 화를 내서 그렇지만) 한 해를 지나간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4

그래도 그 덕에 매출이 중간은 했다. 연초에 팀원들에게 공유한 ‘현실적’ 목표보다는 많고(10월에 넘겼음), 개인적으로 잡아두었던 ‘현실에 가까운’ 목표보다는 적거나 비슷할 예정(아직 못 넘겼다는 얘기)이다. 말 그대로 첫해 목표였을 뿐 크지도 않거니와, “사람 갈아 넣어서” 만든 숫자라 좋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갈 길이 멀다.


#5

당연히 더 할 수 있었는데, 싶은 아쉬움도 있다. 다시 시작 (이렇게 보면 또 재창업이네..) 하는 거다 보니 이것저것 새로 세팅하는데 1~2개월쯤 날려먹었고, 말도 안 되는 갑질에 휘둘리느라 또 1~2개월쯤 날려먹었다. 다리 다쳐서 또 두어 달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고.. 그 기간이 비었다고 하더라도 뭔가 뾰족하게 다른 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연초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던 자체 서비스를 런칭하는 일정이 2~3달은 빨라졌을 거다. 몸 아끼고, 시간 아끼고, 사람 잘 가려야 한다.


#6

(일적으로) 즐거울 일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를 버틴 건 ‘우리 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도 그랬고, 다른 사람도 그랬을 거다. 총 3단계 정도로 계획을 짰고, 올해 말쯤 그중 첫 번째 단계를 시작한다. 급하게 가지 않을 생각이다. 급할 이유도 없고. 더 빨리, 더 멀리 가려면 더 단단해져야 한다.


더불어 올해 배운 게 정말 많았다. 회사를 몇 번을 차리고, 서비스를 몇 개나 냈는데도 이렇게 배울 게 많다는 건 꽤나 즐겁고 감사한 일이다. (아, 즐거웠네 나.)


#7

올 한해를 보내며 더욱 명확하게 결심하게 된 것 중 하나는 ‘피아 구분’을 잘 하자는 거다. 어차피 영원한 적도 없고 적이라고 해서 다르게 대할 이유도 없지만, 최소한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우리를 우습게 보는 사람에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 편, 내 사람 지키고 보듬는 데 에너지를 더 쓰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8

다리 다친 핑계, 일 많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했더니 요즘 부쩍 살이 올랐다. 영상으로 살 찐 게 티가 날 만큼. 그래선지 상반기에 빠르게 오르던 틱톡 팔로워 수가 하반기 들어 정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살을 빼던가 다른 대안을 찾던가 해야 할 시점 같다. 물론 후자를 택하겠지.


#9

사실 11월 초에 뜬금 없이 연말정산을 하는 이유는 이번주 초에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지금부터 2024년 1월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야 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 형은 참 엉뚱한 시점에, 시의 적절한(?) 명언을 잘 던진다. 내가 다른 복은 몰라도 사람 복은 참 잘 타고났다 싶다. 그 덕에 이번주를 1월 2~8일 주간처럼(1일은 휴일이니까 빼고..) 지냈다. 다음주도 그럴 예정이다.


#10

사는 건 늘 예상 못한 일 투성이이고,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느낀 한 해였다. 하루하루 잘 가다듬고, 잘 이겨내고, 잘 성장해야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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