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룩쥔장 Apr 30. 2023

첫 가게 이야기

제주에서 자영업하기_발효의 시간 #1


음식이 요리가 되고 요리가 철학이 되기까지는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 읽었던 어느 책에서의 구절이었던가요?

어쩌다보니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치며 무엇보다 '이 죽일 놈의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여러 개의 가게와 여러개의 아이템을 시도했습니다.


음식이 요리가 되기까지 필요한 발효의 시간들.

어쩌면 지난 시간들은 모두 제가 선택한 이 분야에서 철학이 되기 위한 발효의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_18세기 말, 프랑스 최고의 미식가로 불렸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저는 서점에서 책을 볼때 저자의 약력을 보고 목차를 본후 읽기를 시작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던 사람인지 알아야 그 책의 무게를 나름 짐작해볼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라는 사람과 제가 써나갈 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나온 저의 '발효의 시간'들을 먼저 짚어나가는 것이 순서인것 같아 저의 첫번째 가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첫번째 발효의 시간 '제주시내 레스토랑'


저의 첫번째 가게는 아름다운 섬 제주의 조용한 주택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육지에 있을 때까지 저의 직업은 주로 인사 쪽으로 인재채용과 교육, 컨설팅 분야였습니다. 사실 제가 가게를 낼 줄은, 게다가 식당을 할 줄은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면 무언가는 기술이 있어야 작은 가게라도 운영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

또 교육 영업을 하다보면 외근이 잦아 항상 걸어다녀야 했고, 점심 때는 누구와 무얼 먹을까가 고민이었던 시절, 환승하기 위한 지하철 환승구를 걷다 주르륵 놓여있는 가판점에서 싸온 도시락을 드시던 어느 사장님을 보며  '저 작은 공간이라도 맘 편히 앉아 밥을 먹는게 부럽다'라는 생각도 해보았었죠.


사람일은 항상 그렇듯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일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난 덕분에 아무 연고도 없던 제주도라는 섬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산물 가공업을 하던 남편은 또 축산물로 갈아탔고 그렇게 제주 흑돼지와 만나게 되었지요.

흑돼지의 맛을 알게 된 후부터 사실 그 전까지의 돼지고기는 뭐랄까, 그저 싱거운 고깃 덩어리로 전락하게 되더군요. 그 맛있는 흑돼지를 남편이 부위별로 가져다주니 저는 이렇게 저렇게 조리법을 연구하며 음식을 만들어보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질좋은 고기를 공급해 주겠다는 회유와 꼬드김(?)에 빠져 덜컥 흑돼지를 이용한 식당을 차려보자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년세로 살던(제주도에서는 일년치 월세를 선납하는 년세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택지지구인 제주시 이도동은 개발이 한창인 곳으로 곳곳마다 3~4층짜리 다세대 주택들이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지인이 없는 외지인 까닭에 아직 어린 둘째 아이의 보육을 함께 해야 했기에 집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게를 얻었습니다.

그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냥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공간, 그리고 평소 아이들에게 해먹이던 그 재료와 조리법으로 '내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접대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겁 없이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굳이 다른 식당에 가서 배울 생각도 일해볼 생각도 안했었네요. 아마도 '무식하면 용감하다'란 말이 그래서 나왔겠죠?


제 컨셉은 그렇게 심플했습니다. '질 좋은 흑돼지로 푸짐하게 차려낸 집밥'

저의 첫 가게는 아무 연고도 없던 제주도라는 낯선 지역에서 무더웠던 8월 중순 가게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라는 험난했던 과정을 거쳐 예상보다 길어진 10월 마지막날 그렇게 오픈을 했습니다.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가게 입지는 어디가 좋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