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렸다. 나는 지난 이야기에서 식당이 2주 후에 문을 닫는다고 했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말했었다. 말이 그렇지 "You are fired"라고 말하기는 그러니 돌려서 표현했던 것이다. 그래도 내통장에는 다시 한 달정도를 살아갈 수 있는 자금이 모여들었다. 짤리고 나니 기분도 울적하고 기분전환도 좀 하고 여행을 하고자 온 것이니 다윈에서만 할 수 있는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바로 악어를 보러가는 리치필드 투어가 그 것이었다.
다윈에는 주변에 바닷가가 엄청 많다. 그.런.데 바다에서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 이유는 바닷물에 독극물이 들어서도 아니고 4m~6m이상 자라는 바다악어들이 득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라는 동네 자체가 환경보호에 엄청나게 신경을 많이 쓴다. 그 중에는 동물을 보호하는 부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다에 사는 야생악어를 포획하거나 없애지를 못한다. 그래서 다윈에는 바닷가가 많아도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 바닷가 근처에 가면 팻말이 붙어 있다. 그마만큼 악어가 많은데 리치필드 투어는 강에서 실제로 서식하고 있는 악어들을 만나러 가는 투어다.
동네에서 아침 7시 20분쯤 버스가 온다고 되어 있었는데 50분까지도 버스가 안오길래 사기당한 줄 알았다. 알고보니 그냥 버스가 늦게 온것일 뿐이었다. 늦게잔데다가 아침 일찍 일어난 상태여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몇시간쯤 몸을 맡겨서 덜컹거리며 목적지로 향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니 먹을게 이것저것 준비되어 있다. 쿠키와 스낵과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고 밥을 못먹은 사람들을 위해 딸기잼과 빵도 준비되어 있었다. 투어자체가 이런부분이 꽤나 흥미로웠다. 투어 가이드도 아침밥 못드신 분들은 밥챙겨 드시라고 말도 해주었다. 그렇게 아침과 간식을 든든하게 챙겨먹으니 가이드가 손님들 전부 따라오란다. 본격적으로 악어를 보러 가지전에 이것저것 있는걸 보여준다. 그러더니 구렁이를 목에 감아보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는 것이 아닌가. 조금 쫄았었지만 지금 아니면 아마존에서 아나콘다를 마주치지 않고서야 해볼 수 없겠다 싶어 용감하게 나섰다.
뱀을 목에 감았더니 뱀이 "근육근육"을 외치면서 내몸을 돌돌 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에 태어나서 경험해본 가장 독특한 경험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에서 보이듯 뱀이 목을 휘감은 탓인지 굉장히 쫄아 있었다.
본격적으로 배에 오르니 악어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악어쇼는 단순하다. 생 소고기를 낚시대에 매달아 악어를 약올린다. 여기 강에서 사는 악어들은 야생악어들인데 다들 굶은 상태이므로 꽤나 공격적이라고 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악어가 물 속에 있다가 점프를 한다.
동물의 왕국에서 내가 봤었던 악어는 늪에 있다가 먹이감이 나타나면 그냥 덮치는 종족인줄 알았다. 그런데 왓더x이었다. 악어가 2m 가까이 점프를 한다. 가까이에서 악어를 본 것도 처음이지만 악어가 점프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소름끼치도록 무섭지만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악어를 약올리는 것은 대략 6번정도 이어졌다. 걔중에는 먹이를 낚아챈 악어도 있었다. 먹이는 못먹고 점프만 하다가 끝내고 그냥 가버리는 녀석들이 더 많았다. 야생악어이기는 하지만 약올림을 당하는 악어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빡치는 일일까. 괜시리 악어에 대해 나의 감정을 이입했었다.
실제로 악어가 점프하는 모습은 이렇다. 물론 이녀석은 밥을 못먹은 탓인건지 힘이 없어서인지 다른 악어들에 비해 점프력이 좀 낮은 편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악어가 점프하는 모습은 구경꾼들에게 있어서 신박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투어를 하다보니 배가 고팠다. 호주에서 투어를 진행하다보면 대부분 먹는게 비슷하다. 저렴한 양상추와 햄과 토마토, 샐러드용 양파, 치즈, 넌을 이용한 샌드위치가 자주 나온다. 가격이 저렴하기는 해도 맛은 끝내준다.
밥을 먹고나서 차를 타고 개미를 보러 가는 길에 슈퍼에 멈춰 섰다. 왠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집어서 계산을 했다. 폴라포 짝퉁같은 맛인데 하나에 3.5불... 호주의 물가가 직접 몸으로 다가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이걸 왜 먹은걸까에 대해 잠시 후회가 들기도 했다.
리치필드투어의 마지막은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몸을 담그는 것과 엄청난 사이즈의 개미집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계곡물은 정말 시원하고 맑았다. 기분도 맑아졌다. 그러고 나서 개미집을 찍는데 역시 호주는 호주다. 한국에서는 구경도 못할 사이즈의 개미집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호주에 있는 개미들은 사이즈도 컸는데 그마만큼 이들이 사는 집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점프샷은 실패했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게 찍혔다고 자부한다. 뭐랄까... 그 때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웠고 힘들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었다. 그저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 위치한 곳에서 즐기기만 하면 됐다. 그 자체가 내게 있어서는 하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